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1820년대 중국 후난성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여인들의 고단한 삶을 은밀하게 전해주던 비밀스러운 문자 '누슈'를 통해 평생동안  우정을 나눈 설화와 나리라는 여인의 이야기, <설화와 비밀의 부채>. 이 작품은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라오통'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의 단짝이 되리라는 약속을 한 두 여인의 이야기로 둘은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전족을 하고, 집안 일을 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댁에 충성을 다하며 동시에 서로의 단짝에게 가장 좋은 단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며 살아간다. 여인들의 방이라는 좁고 어두운 2층 다락방에서 지내는 19세기 중국 여인들의 삶을 지켜본 듯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설화와 나리의 이야기, 19세기 중국의 이야기보다는 가장 먼저 '전족'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가진 전족에 대한 정보는 그저 '발을 더 이상 크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저 발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5~7세 정도에 시작하는 전족은 발가락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묶어 저 이상 자라게 하지 못할 뿌만 아니라, 엄지 발가락을 제외한 여덟 발가락이 모두 부러질 때까지 묶어 두고 점점 더 작게, 그래서 7~10cm내외의 발이 되도록 만드는 아주 장시간에 걸친 고문과도 같은 악습이었다. 설화와 나리, 그녀들의 동생과 사촌이 겪었던 전족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세상에 이런 악습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폭 5cm, 길이 3m 정도의 천으로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네 발가락을 발바닥에 닿을 정도로 구부러질 때까지 아래로 감는다. 그리고 나서 천을 뒤꿈치로 돌려 발의 앞과 뒤꿈치가 서로 마주보도록 단단하게 묶어 올린다. 발등이 활처럼 위로 구부러질 때까지 점점 더 세게 묶는다. 통증이 계속되고 피와 고름이 천에 배어든다. 살이 마르고 벗겨져 나간다. 때론 발가락이 한두개 물러서 떨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통 전족을 마치면 발의 크기는 10cm 안팎이 됐다. 아주 ‘잘 만들어진’ ‘금련(金蓮)’은 발꿈치에서 발가락까지 겨우 7.5cm (극단적인 경우 5cm) 밖에 안돼 정상크기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쳤다. 이후 고통은 완화되지만 전족을 한 여성은 일생동안 절뚝 거리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에 여자가 귀하여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전족을 시작하였다는 말도 있고, 무희들 사이에서 예술적 효과를 위해 시작했다는 설도 있지만 워낙에 설이 많아 애초에 무슨 이유로 이런 말도 안되는 악습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하튼 전족을 하지 않은 여성은 차별을 받기 일쑤였고, 이런 작은 발이 아름다움의 대상에서 멈추지 않고 멋과 사회적 지위, 교양의 상징으로까지 격상되는 통에 누구라도 여자라면 이런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전족으로 인해 여성의 행동범위게 크게 제한되고 격리되게 된다는 것은 여성이 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고, 집밖의 세상을 체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결국 무식해지고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고, 남성에 종속되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처럼 쓸모없는 존재를 먹여 살리는 남성의 지위가 더욱 격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창 뛰어 놀 나이인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집안에는 쓸데없는 '계집아이'로 태어나 천으로 발을 묶어 전족을 하고, 성공적으로 전족이 되면 좋은 값에 팔려가는 소나 돼지처럼 지참금을 친정에 주고 시집을 간다. 가난하기만 했던 나리는 어여쁜 얼굴과 좋은 인상, 무엇보다 7cm밖에 되지 않는 예쁜 발을 하고 지방 유지의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 워낙에 가난했던 나리와는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설화는 나리와 단짝을 맺고 함께 전족을 하고 평생을 사랑하고 의지할 친구과 되기로 하지만 기울어진 가세 덕분에 백정의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

 

여자팔자 뒤옹박팔자라고 했던가.. 좋은 집안에 시집가 평생을 인내하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가는 나리는 명망있는 가문의 루 마님이 되지만 설화는 여자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나리와 설화는 서로의 신분이나 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부채에 적어 나누며 단짝을 이어간다. 그러나 너무 다른 형편은 떨어져 시집에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또다른 오해와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그녀들은 과연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녀들만의 이야기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전혀 다른 가치관과 시대를 살아온 미국여자 작가가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그녀도 여자라는 것뿐이었을텐데도, 그녀는 너무도 상세하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서술했다. 이제는 사라진 전족이라는 풍습도 그렇거니와 누슈를 쓸 줄 아는 최고령의 여인을 만나기 위해 중국 오지를 헤매며 취재여행을 한 작가의 노고를  높이 산다. 전지현과 이빙빙, 휴잭맨 주연으로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영화를 위해 새로이 만들어진 캐릭터인 듯한 휴잭맨은 어떤 캐릭터로 출연할런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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