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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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것이 고전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것이 고전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지만 완역본을 읽어 본 사람은 몇이나 될런지 궁금하다. 사실 동물농장을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읽은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때는 교훈을 주는 동화같다는 느낌이었고, 대학교 때는 나름 사회와 연관시켜 생각해보려는 시도는 했었던 것도 같지만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제 와서 다시금 동물농장을 받아들고 보니 반갑다는 느낌도 든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워낙에 쉽게 쓰여져 있고, 그런 반면에 그 쉬운 글 안에 담긴 깊은 뜻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게 된 조지오웰의 배경을 한 번 보자면 다음과 같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1903년 6월 25일, 인도의 벵골 주 모티하리에서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8세 때 사립예비학교에 들어갔으나, 이곳에서 상류층 아이들과의 심한 차별을 맛보며 우울한 소년시절을 보냈고, 장학생으로 들어간 이튼교에서의 학창시절 역시 계급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22년부터 5년간 미얀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근무했으나 점차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로 건너가 작가수업을 쌓았다. 유럽으로 돌아와 파리와 런던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고 잠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거쳐 영국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조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때를 토대로 한 소설이 1933년의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과 1935년『버마 시절』이다. 전체주의를 혐오한 그는 스페인 내전에도 참가했는데, 그 체험을 기록한 1936년『카탈로니아 찬가』는 뛰어난 보도 문학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에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우화로 그린 『동물농장』으로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해 그는 아내를 잃고 자신도 지병인 폐결핵의 악화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에 스탈린이니 트로츠키니 하는 인물을 대비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우화는 우화로써 충분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었다. 열심히 일만하는 동물들을 착취하는 인간에게 반항하여 일으킨 혁명 앞에서 동물들은 모두 환호한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농장을 꾸며갈 생각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힘겹게 이뤄낸 혁명은 다른 독재에 의해 빛을 잃고,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착취당하는 동물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착취당하는 동물들에게 독재자는 인간도 돼지도 아닌 그저 독재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지오웰의 배경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1980년대 말쯤 학생운동이 아주 한창이었던 때, 시골에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 NL이니, PD니 하는 파로 나뉘어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런 학생운동의 지도부에 있었던 학생들 중에는 간혹 열렬한 학생운동 덕분에 감방 신세를 진 사람들도 있었고,  학교공부를 그만두고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거나 야학에서 노동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런 세대들을 두고 386 세대라고 불렀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군사독재정권과 민주주의라는 갈림길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하고자 했던 젊음을 두고 좌파니 빨갱이니 호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혹은 그 땐 그랬으면서 이제 세상과 야합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세상은 그런 열렬한 사람들로 인해 머무렀던 곳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조지오웰이 살았던 시절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 이후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사상을 이상으로 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와중에 러시아 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스탈린과 트로츠기, 서독과 동독,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등 공산주의라는 것이 허망하게 무너져 가면서 프롤레타리아의 이상도 같이 무너져 가던 시기였기에 이 동물농장이 가지는 의미는 정말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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