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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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믿지 말게. 결국엔 아무도 새를 지키기 위해 굶으려 하지 않을 거야. 새들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멸종되지.'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중 56쪽

왕쥔잉은 이런 생각이 일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옳고 그름은 원래 흑백이 분명히 나뉘는 것이 아니고, 정의이 검도 영원히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배신죄를 저지른 자본가의 선택이 수백 명 직원들의 생계를 위함일 수도 있고, 비참한 처지에 몰린 피해자가 가장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중 333쪽

처음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해서 중반부로 넘어가는 동안 셜록이 떠오르기도 했고, 오래 전에 읽었던 제프리 디버의 <옥토버리스트>가 떠오르기도 했고 약간 결은 다르지만 여러 작가의 연작소설이었던 <젓가락, 쾌>가 떠오르기도 했다. 탐정소설이자 경찰소설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등장 인물들을 소개하는 과정들이 각기 다른 한편의 단편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1장이 끝나면서 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는가 싶으면 2장은 또다른 이야기를, 3장은 또 새로운 사건을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결국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형태를 가진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은 다중시점의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송년파티 후 벌어진 특급호텔 캉티뉴쓰에서의 살인사건. 피해자는 호텔의 사징인 바이웨이둬. 그는 산책로로 조깅을 나가는 뒷모습을 아내와 아내의 친구인 변호사 거레이에게 보이며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총을 맞고 숨졌고, CCTV와 관리사무소에 있는 그 누구도 바이웨이둬 이외의 사람을 잡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먼저 답을 내놓는 푸얼타이 교수, 그렇게 사건을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추리에도 허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가 범인이라고 지목했던 사람 역시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조류 셜록이라는 별칭을 가진 조류학자 푸얼타이 교수와 전직 경찰이자 사립탐정인 뤄밍싱, 신출귀몰한 솜씨의 부유층 전문털이범인 인텔선생, 그리고 뤄밍싱의 전부인이자 변호사인 거레이가 각각의 추론을 내놓는다. 하지만 네 사람 모두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고, 그들의 추리가 조각맞추기를 하듯 맞물리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추리소설의 즐거움이란 이름 그대로 '추리'하는 맛에 있다. 작가가 심어 놓은 의심의 지뢰밭을 살금살금 걸어가면서 이 사람이 범인일까, 저 사람이 범인일까. 그렇다면 왜 범행을 저질렀을까 궁금해하고 추리해가면서 내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질 때의 쾌감 혹은 전혀 다른 사람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될 때의 충격 같은 것이 모두가 다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일테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엔터테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등장인물을 의심하게 하고, 그 의심을 제대로 깨부수기도 하는 여러 요소들을 여기저기 많이 심어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까지. 다만 한가지 성룡은 청룽이 아니라 성룡이고 주윤발은 저우룬파가 아니라 주윤발로 알고 살아 온 인생이 긴 연식이 오래된 사람이어서인지 인물들의 중국식 발음이름을 외우기가 힘들었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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