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동경해왔던 소우와 사귀게 된 아이는 휴가로 간 호텔에서 소우의 어릴 적 친구인 다쿠마와 그의 연인인 사이카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연예인인 사이카는 주변에 자신과 다쿠마와의 관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너무 어색할 정도로 오만불손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고 때문에 아이는 사이카를 도저히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넷이 함께 바닷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천둥 번개와 함께 앞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고,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바퀴가 진창에 빠져버리게 되면서 빗속을 뚫고 소우와 다쿠마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가버리고 아이와 사이카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번개에 맞아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무서워하는 사이카를 달래는 아이와 그런 아이에게 어린애처럼 매달리는 사이카,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아이와 사이카는 처음과는 달리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사이카가 도움을 주면서 갑작스럽게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 것 같았다. 여행 이후 소우와 아이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아이는 기쁜 소식을 사이카에게도 전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다쿠마에게 이별을 고했던 사이카는 그 다른 사람이 아이라는 말을 한다.
아마도 아이만큼 나도 놀랐을까? 원래가 스릴러만 읽는 사람이라 사이사이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몇권 되지 않는 사람인데다 연애소설의 포션은 그리 크지 않다. 제목만 보고 ' 아, 봄인데 모처럼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을 한편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퀴어물이었다니. 예전에는 책날개, 띠지, 책 뒤편의 설명까지 한번씩 훑어보고 읽곤 했었는데 요즘은 어떤 정보도 없이 그냥 읽는다. 아무 정보도 없이 읽다가 마주치는 새로움의 크기가 제법 크기 때문인데 아, 정말 놀랐다. 연애소설을 읽다가 놀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렇다. 이 책은 아이에게 반해버린 사이카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아이는 고백을 받은 뒤 이런 식이라면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겠다고 하면서도 그녀가 걱정이 돼 다시 또 찾아간다. 그런 자신의 감정을 절대 넘어서는 안 될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언젠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소설을 읽었다. 그는 불륜이라는 것 앞에는 어떤 거대한 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쉽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특히 너무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아내와의 사이에 어떤 특별한 문제도 없는 남자가 그렇게 쉽게 불륜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고는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그저 평범한 남자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말했다. 그렇게 크고 높은 벽이 아니었다고. 어느 샌가 그냥 한발자국을 떼어보니 그 벽 너머에 자신이 서 있었다고. 그걸 읽었을 땐 변명치곤 참 치졸하다고 생각했다. 웃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는 그 높고 거대한 벽이라고 느껴졌겠지?
그들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동성간의 사랑이기도 했거니와 사이카는 유명연예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사이카의 사랑을 받아들인 아이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소마와 이별을 택했지만 소속사도 전남친도 가족도 그들의 사랑을 인정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