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웠던 전지적 작가 시점, 이라는 것은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행동, 태도, 내면까지 모두 알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을 말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란 모든 것을 아는 독자, 여기서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reader로써의 독자라는 뜻과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이름인 독자, 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그런 이중적 의미를 싱숑은 이 작품의 여러 곳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 돔에서 시나리오를 펼치던 독자와 유중혁, 그리고 다른 일행들은 다른 행성으로 옮겨 새로운 시나리오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피스 랜드'라는 곳이고 그들은 피스 랜드에 도착한 재앙의 역할을 맡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어딘가에서는 거인 취급을 받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소인이 되고 마는 그런 것처럼 인간이라는 것이 어디에선가는 이런 모습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저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통해 투영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일터에서는 마냥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야 하던 사람이 식당이나 술집에 가서는 갑질을 하며 자신의 비위를 맞추라고 악을 쓰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돔에서는 재앙을 상대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데 급급했던 독자의 일행들이 피스랜드에서는 거대한 재앙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제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 시나리오를 클리어할 수 있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에 좌절하고 만다. 어쩌면 개미만큼 작은 피스랜드 행성의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것이 쉬운 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고, 인간성을 택하는 길이란 쉬운 길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