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4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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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시나리오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멸살법을 끝까지 완주한 김독자와 멸망 이전의 세상에서 시나리오 안에 살아 있는 인물들과 애초에 싱숑의 소설 속 게임의 등장인물들이 섞이기 시작하면서 유일한 회귀자인 유중혁의 행동에도 시나리오의 전개에도 미묘한 어긋남이 생기기 시작한다. 김독자는 자신이 아는 게임의 전개와 조금씩 다른 점이 생겨도 이제 놀라거나 겁먹지 않을 정도로 게임에 적응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대로, 애초의 전개대로라면 김독자 자신을 포함한 이 모든 세계의 운명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멸망과 함께 그토록 뻔한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미 목도한 바 있는 김독자는 또다른 무리들을 만난다. 그들은 경찰서 같은 곳에서 뜯어온 철창으로 링을 만들고 사람들을 넣어 개싸움을 시킨다. 생각해보면 인간들처럼 잔인한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개를 데려다가도 싸움을 시키고, 소를 데려다가도 싸움을 시키고, 닭을 데려다가도 싸움을 시킨다. 그리고 사람을 데려다가도 싸움을 시킨다. 아주 어렸을 때 권투나 레슬링을 하면서 선수들이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이었지만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난다. 왜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어른들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걸까, 왜 저 사람들을 구해주지 않나. 싸우는 건 나쁜 거 아닌가, 궁금하고 무섭고 화가 났다. 아마도 인간들의 어떤 부류는 끔찍이도 잔인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여지없이, 예외없이 그런 무리들은 어디에나 있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야야! 장난치냐? 좀 더 격렬하게 싸워야지! 그렇게 미적거리면 누가 코인을 주겠냐?"

철창 안에서 두 사람이 서로 상대의 전신을 난자하며 싸웠다. 피가 튀고, 눈이 뽑히고, 내장이 흘러내린 이들이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콜로세움을 좋아하는 한 성좌가 즐거워합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04 중 21쪽

여태까지의 미션들은 스스로의 몸을 지키면서 살아남는 것에서부터 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까지가 전부였다면 이제 레벨은 점점 더 오르기 시작해서 인간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대적하기 힘든 재앙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김독자는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한철을 만나게 되고 그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능력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뭉개지는 송민우의 얼굴을 보며 모처럼 십대의 한철을 떠올렸다.

무력했고 나약했고 책밖에 모르던 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안에는 분명 아직도 '열일곱 살 김독자'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떨리는 주먹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한수영의 말은 옳았다.

세상에 뻔한 트라우마는 없다.

고작 이런 복수로 내 트라우마가 완전히 없어질 리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악몽을 꿀 것이고, 열입곱 살 김독자는 여전히 그 시간 속에 박제되어 비극을 반복하겠지.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겠지.

그러니 이제는 담대한 마음으로 폭력을 멈춰야 할 때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04 중 70쪽

<전지적독자시점>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웹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RPG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웹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어릴 것이다, 세상을 모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읽다보니 이 소설은 게임이라는 스타일을 이용했을 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서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하는 인간들을 후원하는 성좌들을 역사적 인물들이나 신화 속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그들의 특성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과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다. 거기에 어쩔 수 없이 주인공 버프를 가진 유중혁과 그의 레벨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그의 모든 미래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인 김독자를 중심으로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진짜 한가지 방법을 알아내려는 두 사람의 살벌한 브로맨스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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