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2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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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가 읽고 있던 소설 속 멸망한 세상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독자는 바로 김독자 자신. 그는 작가에게서 받은 선물을 최대한 활용해가며 시나리오들을 클리어 해나가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게임의 치트키를 쓰는 셈이겠지.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자가 과거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 미래의 이야기가 뒤바뀌듯이 김독자의 활약과 김독자와 함께 하는 인물들의 약진으로 이야기는 조금씩 변주되기 시작한다. 기본 틀은 바뀌지 않지만 김독자의 인물정보열람에 뜨지 않는 즉 김독자가 읽었던 소설 속에서는 비중이 없었거나 이미 죽었어야 하는 인물들이 김독자와 함께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서 레벨업 하게 되는가 하면 오리지널 소설 속의 최강자 유중혁과 함께 하면서 진즉 레벨 상위권으로 도약했어야 할 인물이 더디게 레벨업이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2권에서는 이제 유약한 마음으로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주요인물들이 김독자를 신뢰하면서 함께 팀을 이루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른다. 그들은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여 그것의 뼈로 살상무기를 만들거나 익혀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문명사회에서 교육받았던대로 혹은 그들의 본성대로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되도록이면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김독자는 이미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누구를 떼어내고 누구를 처치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해가며 앞서 행동하지만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팀을 이루고 있는 정희원과 길영이, 유상아, 이현성의 캐릭터를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파악하여 그들의 레벨을 효과적으로 올리는 것도 김독자 본인이 필요에 의해서이지만 결국 팀원들은 김독자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게 한다는 것도 어쩌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하철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2권에서 건물주 조합이 나온다. 1권에 나왔던 회사 부장 한명오처럼 세상이 멸망했는데도 자기들이 건물주라면서 위세를 떠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 참 우습다. 게임을 하듯 시나리오가 배달되고 그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것은 도깨비들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 채널들을 보고 성좌들이 게임을 실행하는 인간들을 후원하고 하는 것들이 흡사 가장 최근의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헝거게임>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가며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인데도 그들을 후원하는 성좌들 중에는 절대선 계통의 성좌들이 있다. 그들을 '절대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왜 발동이 안 되는 거죠? 그놈들도 분명 악인인데?"

나는 정희원의 의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우리 인간들 생각이겠죠."

"무슨 소리예요?"

"성좌들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선악이 그들이 아는 선악과 같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

"정의는 때로 다수의 판결일 뿐이에요."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2 중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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