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1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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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 아들로부터 읽기를 강권당했던 웹소설이 있었는데 그 작품이 바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당시 나는 기본적으로 독서란 책으로 하는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아직 깨지지 않은 상태여서 사람들이 그렇게 편하다고 추천하는 전자책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하물며 웹소설이라니, 내 취향이 아니어도 너무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하도 읽어보라고 졸라대는 통에 몇화 읽었는데 RPG게임을 옮겨온 것 같은 레벨이 어쩌고, 흑화가 어쩌고, 업적보상이니 코인획득이니 하는 내용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도 집중해서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겼다. 게임이라고는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오락실에 가서 기껏해야 헥사, 테트리스 혹시 전투게임이라면 갤러그나 1942 정도나 하던 옛날 사람이 RPG게임 베이스 소설, 그것도 플랫폼 기반 웹소설이라니! 아들은 늘 웹소설을 읽고 아래쪽에 댓글들까지 읽어가며 독파해나가곤 하는데 아, 이래서 세대차이를 느끼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읽게 될 운명이었던 건지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전권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고 아무렴, 그래도 독서는 종이책이지, 하며 읽기 시작하니 확실히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독자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 중 77쪽

부부작가 싱과 숑이 함께 쓴 <전지적 독자 시점> 주인공의 이름은 김독자. 그는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3149화의 유일한 독자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작가와 함께 한 선물로 <멸망 이후의 세계>라는 파일을 작가로부터 전송받게 되고, 자신이 보던 웹소설이 유료화 되는 그 시점에 세상이 그 작품 속의 내용과 똑같이 변모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게임을 하게 되면 아무리 단순한 게임이라도 레벨이라는 것이 있고, 그 레벨에서 주어진 내용을 클리어 해야만 레벨업이 가능하게 된다. 제법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세상을 멸망시켜버린 이 거대한 게임은 인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었고, 그 게임의 스토리와 진행내용을 아는 김독자는 회귀자로 알려진 유중혁과 함께 작품 속 게임을, 그리고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처음엔 나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게임을 바탕으로 한 낯선 용어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생긴 선입견이었을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 싱숑의 시선은 이미 세상을 향한 통찰이 있는 깊이 있는 것이었기에 느끼는 바가 많았다.

계약 갱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던 김독자를 향해 함부로 굴던 한명오. 그는 김독자가 다니는 회사의 부장이었고 무너진 세상에서도 자신의 직급타령이나 하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을 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한없이 연약하다는 것에 자조하는 김독자를 보고 있자니 새삼 뻔한 세상의 뻔한 인간들에 대한 실망감이 함께 느껴졌다.

나는 가끔 생각했다.

왜 수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는 '뻔한 악당'이 등장하는가?

그런 상황에서까지 강간이나 절도 같은 범죄가 무분별하게 일어날 거라 짐작하다니 작가들의 게으름 아닐까? 진짜 '멸망'이 닥치면 인간은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중략)

새삼 깨닫는다. 인간의 상상력은 진부하고, 실제의 인간은 그 상상보다 더 진부하다는 것을.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 중 205~206쪽

어쩌면 그렇게 뻔하고 진부한 일들을 벌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다음날을 기약하고, 다른 이와의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예의범절'이라는 것을 앞에 두고 살아가게 된다. 내 진심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멸망'이라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는 아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고, 오늘만이 중요할 뿐이다. 당장의 내 욕구가 가장 중요하다. 나를 살릴 수 있다면 나보다 약한 자를 먼저 쳐야 한다는 것을 생존본능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회귀자로 나오는 유중혁이나 주인공인 김독자 또한 절대적인 선인이 아니다. 결국 최초의 시나리오가 열렸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나의 생명을 내손으로 제거해야만 다음 레벨로 진행이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멸망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라는 것이 지독히도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결국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삶이란 결국 혼자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닐까.

코인을 얻은 자는 살아남았고, 코인을 얻지 못한 자는 죽었다. 그리고 누구도 서로 구원해주지 못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part.1 01 중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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