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 더구나 세라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 모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모두가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그 생각에 잠식되어 갔다. 부모님은 자매의 사격대회 결승전이었으니 함께 보고 같이 있어줬더라면, 집에 우리가 데리고 왔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트레이시는 그날 세라가 져줬다고 화를 내지 않았다면, 그래서 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셋이 함께 갔더라면, 하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세라의 불행한 죽음이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세라를 지켜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트레이시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재판이 끝난 후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알았기에 스스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형사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자료를 모으고 많은 사람을 만나도 세라의 시신을 찾지 못하는 한 결국은 벽에 부딪치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세라를 찾았다. 그리고 부검을 통해 여태껏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던 재판을 뒤집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당시 보안관이었던 아버지의 친구 캘러웨이와 검사, 변호사까지도 한통속으로 무언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트레이시. 그들이 감추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 진실이라는 것이 트레이시를 마침내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형사가 된 트레이시의 현재와 아직 세라와 함께 하던 과거, 세라가 실종된 이후의 삶이 교차되면서 사건은 점점 진실을 향해 간다. 조금씩 멀어지다 결국은 깨져버린 부모님과의 기억, 마침내는 남편과의 관계까지 무너져버리게 했던 세라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고 싶었던 트레이시. 어릴 적 함께 놀던 소꿉친구 댄이 든든한 변호사로 트레이시를 도우면서 형사물은 법정물로 변신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반전의 순간 트레이시가 다시 이야기를 형사물로 되돌려 놓는다.
13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던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법정씬이 상당히 비중있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화학교사 전직을 가진 현직 시애틀 경찰국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주인공 트레이시의 활약도 매서웠다. 미드나 소설 속에서 여성캐릭터가(심지어 본인이 경찰이면서도) 민폐를 끼치거나 남성캐릭터에게 기대는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이 작품은 내 몸 하나쯤은 내가 지킬 수 있는 캐릭터로 그리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또한 마지막 해결도 자신의 손으로 해내는 트레이시를 보면서 아, 이래서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구나 싶었다. 이 작품이 2014년에 나온 작품이고 그 후 매년 트레이시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이후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변호사 친구 댄과의 호흡이 계속 이어진다면 형사물에 법정물을 적절히 혼합한 재미있는 시리즈가 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