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사람 중 가장 외향적인 사람 - 까꿍TOON
최서연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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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작가의 에세이는 더더욱 공감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아무래도 에세이란 작가 자신의 현재가 가장 잘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제목처럼 나를 표현하자면 외향적인 사람 중 가장 내향적인 사람에 가까운 사람이라 성격적으로도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성격도 정반대에 나이도 아들과 한살 차이로 아주 어린 작가의 세상이 나의 감정과 얼마나 가까운 공감대를 형성할까 싶어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화형식이니까 쉽게는 읽히겠거니 하고 야구가 없어 지루했던 토요일에 슬쩍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머선 일이고! 나하고 유머 코드가 맞는 건가?? 너무 재미있게 깔깔대며, 심지어 배를 잡고 웃기까지 했다.

크게 친하지 않은 같은 반 친구가 한 아파트의 다른 층에 산다. 작가는 21층에 살고 친구는 11층에 산다(고 작가는 믿었다). 둘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지만 작가는 친구를 위해 자신의 집인 21층을 누르며 11층도 친절하게 눌러준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친구들과 헤어질 때 나눈 글에는 친구의 집이 15층이라고, 그래도 고마웠다고 씌여 있었다. 아마 그 친구도 작가만큼이나 내향적인 사람이었던 모양. 얼마 전에 새로운 책 중에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쓴 에세이가 있었던 걸 보았다. 사실 누구도 약속이 취소되었다고 해서 아, 나 약속이 취소돼서 너무 기뻤잖아~라고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 뭐랄까 안심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약속이 있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전날 아무도 '우리 내일 만나는 거지?'하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 약속이 취소되길 바라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이따 곧 봐' 가 아니라 '우리 오늘 만나?' 라는 문자가 온다면 그건 '우리 오늘 만날거야? 안 만나도 괜찮아'의 뜻일수도 있다. 남편이나 아들에게 가르치는 말투가 있다. 아내 혹은 여자친구에게 뭔가를 할 의향이 있다면 '~해줄까?'가 아니라 '~할게'라고 하라고. 뻔히 아는 걸 다시 묻는다는 건 안했으면 좋겠다, 안하고 싶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도 밖에 나가 노는 걸 어지간히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이 편하고 좋을 때가 있다. 너무 집안에만 있다보니 꼼짝않고 있는 것이 익숙해져서일까? 코로나 때문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네.


아들은 코로나 이후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아직 동기들과 대면을 한번도 못해 본 채 대학교 2학년의 1학기를 마친 상태고, 남편은 얼마 전에 자격시험 봤으나 고배의 잔을 마셨고, 내년 시험을 위해 다시 준비 중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다보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작가의 일상이 너무나 와닿았다. 우리 아들도 누워서 컴퓨터를 켜고, 누워서 출석체크를 한다. 시험을 마치고 한 통화에서 남편은 망쳤다고 했고, 자기가 공부하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부분이 출제되었다고 했다.

'내가 어디 공부했는지도 못 맞히고, 출제자 바보!'


여긴 뭐지? 왜 20대도 이러지?? 하고 많이 웃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일기를 쓰면 꼭 끝은 '참 ~했다'로 끝이 났다.

참 재미있었다.

참 즐거웠다.

참 보람찼다.

참 슬펐다.

뭐든지 참참참이었다. 아마도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거나,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글이었거나, 글감도 없는데 쥐어 짜내는 글이었기 때문에 뭐라도 쓰고 마무리가 어중간할 때는 참 ~한 것으로 끝내기가 가장 쉬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작가는 보람찬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단어의 혼동이 20대에 벌써 와버렸다. 테이크 아웃을 체킷아웃으로. 여기서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하는 실수. 비슷한 단어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거나 전혀 말도 아닌 단어를 주워 섬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먹으면서 아들이나 남편에게 사과 먹어, 라고 해야 할 걸 TV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면 해설자가 하는 단어를 주워다 쓴다. 변화구 먹어, 뭐 이런 식으로. 나이차이와 성격의 차이와는 별개로 유머 감각이 비슷해서인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책을 먼저 읽어보시고, 그 외 까꿍님의 다른 까꿍툰이 궁금하시다면 작가님의 인스타에도 방문해보시길~!

https://www.instagram.com/sally07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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