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식을 가지고 책을 쓰는 사람들은 그 책 안에 자신이 구축한 세상에 대한 정의를 표현하려 애쓴다. 어렸을 때는 그런 책들을 참 많이도 찾아 읽었고, 세상의 누군가는 사회를 고발해야 하고, 칼보다 강하다는 펜으로 글을 써서 그것을 세상에 내어 놓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글을 읽고 늘 경계하고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도 나이가 들고, 그런 책들을 쓰는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먹고 사는 일에 바빠지다 보니 나도 그들도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나 있었다. 세상에 물들어 버린 경우도 있었고, 나이 들었다는 핑계로 물러진 것도 있었고, 옛말로 '변절'해버린 탓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눈을 뜨고 세상을 다르게 보려고 애쓰며 글 안에 주제의식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은 또 줄줄이 생겨났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다.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이 쓴 에세이는 어떠한지 궁금했다.
<책, 이게 뭐라고>에는 장강명 작가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 안에서 겪은 일들이 주로 담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책 안에서 작가가 자주 하는 말에 '읽고 쓰는' 장강명과 '말하고 듣는' 장강명이라는 표현들이 있다. 책을 써서 내는 사람들은 주로 혼자서 작업하고 그 지난한 작업들을 끝내고 난 후에야 비로소 독자들을 만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직업은 아닌 셈이다. 그런 그가 팟캐스트를 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야기하고 답변하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로의 경험인 셈이니 그런 과정을 '꽤나 분열적인 작업'이었다고 고백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