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 유병재 삼행시집
유병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병재의 말장난이

 맛 삼행시 모음집인 줄 알았어요, 근데

 미에 웃음, 시사와 감동, 눈물까지 종합선물세트였어요

출판사인 아르테의 인스타에만 가봐도 하도 여러편이 소개되어 있어서 찾아보려고 하면 괜찮은 말장난을 거의 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것저것 마음에 와닿는 n행시에 북마크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붙이다가 어, 이러다 전부 다 붙이겠는데 싶을 정도였다. 언젠가 지인이 자기 아들이 어휘력이 모자라서 걱정이라는 이야기 끝에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엄마는 자기 딸이 더하다며, 엄마와 아빠가 어떤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졸부'라는 단어를 썼더니 자식 앞에서 어떻게 졸부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느냐며 기가 막혀 하더란다. 졸부가 뭐 어때서 그러냐고 했더니 욕 아니냐고, '졸라 부자'의 줄임말이니까 욕 아니냐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게 무슨 소리냐,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졸부라고 하는거다, 하고 설명했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은 '갑부'고 졸부는 졸라 부자의 줄임말이라고 우겼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했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의 집 얘기니 웃었다. 너무 말이 돼서 더 웃겼다. 참고로 유병재의 졸부는 '졸라 부자'가 아니고 '졸라 부러워'였다.

유병재의 '말장난'에는 너무 말이 되는 이런 n행시들이 참 많이 있었다. 어떤 글은 짠하고 어떤 글은 너무 찐이고, 또 어떤 글은 화도 나고, 또 어떤 글은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속뜻이 진짜 이런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짜였다.

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한다.

유병재 <말장난> 오늘

거지만

면식 없음

유병재 <말장난> 내일

한건 너

디는 건 나

유병재 <말장난> 편견

장생활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사했지

유병재 <말장난> 직장

사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표 안 썼지

유병재 <말장난> 장사

언뜻 정말 말장난 같지만 세상살이 여기서든 저기서든, 누구나 다 힘든 법이라는 이야기를 가볍게 툭 던지듯 내놓은 것들 중에 와닿는 것들이 참 많았다. 건강검진이라는 단어에는 부모님 걱정이 담겨 있고, 직장생활과 장사, 개인사업자들의 마음이 단어 안에 들어 있다. 어줍잖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조언이랍시고 던지는 말들에 욱, 하기도 하고 하염없이 바쁘게 흐르는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자기를 괴롭히는 자존심과 자기를 지키는 자존감에 대한 차이도 분명하다.

그리고 책 좋아하는 나에게 더 와닿았던 서점 2행시

서 숨만 쉬어도

점 기분 좋아져, 믿어봐.

유병재 <말장난> 서점

책의 뒷등으로도 웃기는 디자인마저도 마음에 들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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