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병재의 말장난이
병 맛 삼행시 모음집인 줄 알았어요, 근데
재 미에 웃음, 시사와 감동, 눈물까지 종합선물세트였어요
출판사인 아르테의 인스타에만 가봐도 하도 여러편이 소개되어 있어서 찾아보려고 하면 괜찮은 말장난을 거의 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것저것 마음에 와닿는 n행시에 북마크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붙이다가 어, 이러다 전부 다 붙이겠는데 싶을 정도였다. 언젠가 지인이 자기 아들이 어휘력이 모자라서 걱정이라는 이야기 끝에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엄마는 자기 딸이 더하다며, 엄마와 아빠가 어떤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졸부'라는 단어를 썼더니 자식 앞에서 어떻게 졸부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느냐며 기가 막혀 하더란다. 졸부가 뭐 어때서 그러냐고 했더니 욕 아니냐고, '졸라 부자'의 줄임말이니까 욕 아니냐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게 무슨 소리냐,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졸부라고 하는거다, 하고 설명했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은 '갑부'고 졸부는 졸라 부자의 줄임말이라고 우겼다며 정말 큰일이라고 했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의 집 얘기니 웃었다. 너무 말이 돼서 더 웃겼다. 참고로 유병재의 졸부는 '졸라 부자'가 아니고 '졸라 부러워'였다.
유병재의 '말장난'에는 너무 말이 되는 이런 n행시들이 참 많이 있었다. 어떤 글은 짠하고 어떤 글은 너무 찐이고, 또 어떤 글은 화도 나고, 또 어떤 글은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속뜻이 진짜 이런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