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는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느냐,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는 조언과 충고를 늘어놓는 대신에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과 상담을 하되 그 때까지도 마음의 변화가 없으면 실비가 원하는 날에 자살을 하라고 권한다. 대신 다음 상담에 오기 전까지 자신이 권하는 일들을 해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부끄러워서 절대로 하지 못할 일들이라든가, 비난받아 마땅해 보이는 짓을 저질러 보라고 한다. 실비는 펄쩍 뛰지면 어차피 곧 죽을건데 뭔들 못하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왁싱을 하고 마트에서 입욕제를 훔쳐 나온다. 그리고는 프랑크에게 당신이 시켰던 일들을 하느라 무척이나 부끄러웠고 창피했고 굴욕적이었고 분노까지 일었다며 화를 내지만 프랑크는 어떤 구체적인 일을 시킨 것이 아니라며 결국 모든 걸 결정한 건 실비 자신이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실비는 프랑크와의 상담을 계속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일상에 어떤 것에도 큰 관심도 없고, 그러한 무기력한 태도는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못생긴 여자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더욱 외롭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매주 조금씩 다른 일을 하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실비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죽자고 덤비니 어떤 것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일을 해내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이 모든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감정의 폭을 넓히고 폭발시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하철 플랫폼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와 눈이 마주친 실비는 그녀를 위해 구급차를 불러주고, 차마 그녀를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악취가 나는 그녀의 더러운 손을 잡은 채 자장가까지 불러주며 구급대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실비의 손을 잡은 채 세상을 떠났고 실비는 충격을 받았다. 플랫폼에서 죽은 그 여자는 냄새가 나고 더러웠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죽었다. 따뜻한 욕조에서 좋은 향기와 함께 죽는대도 혼자라면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충격을 받은 실비를 위해 달려와 준 프랑크는 실비가 지난 몇 주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걸 느낀다며 혼자 죽고 싶었던 실비는 이제 없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