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한동안 타투를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쇄골쯤에 혹은 어깨와 뒷목의 중간쯤에, 혹은 엉덩이와 허리를 구분짓는 그 라인쯤에 하면 어떨까 하고 이미지를 모으기도 했었다. 오래 전이라고 해서 20대였던 건 아니고 이미 결혼도 하고 아들도 있을 때였는데 하고 싶은 강렬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노화가 시작되는 내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잉크자국을 새긴다는 것이 껄끄러워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스티커 붙여보기로 아쉬움을 달래다 끝이 났다. 캐나다에 살면서 타투를 한 사람들, 타투 전문점 등을 흔하게 보게 되었는데 그 때 오히려 용감하게 타투를 하게 된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는 '아, 한 때의 호기심으로 하지 않기를 천만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몸은 탄력을 잃어가고 처음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그림이나 글자들은 내 몸이 변화함에 따라 변화된다. 쭈글쭈글한 장미가 되는가 하면 불어난 몸과 함께 풍선같은 장미가 되기도 한다.
낼모레면 오십이 되는 시미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하나뿐인 아들과의 관계도 끊어졌다. 하지만 모성이란 만나지 않는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떻게든 아들과 연락하고 지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같은 사무실의 화인의 뒷목에 새겨진 문신을 두고 상무가 이러쿵 저러쿵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하자 그간 삼켜왔던 말들과 함께 분노가 솟구쳤고 그녀 대신 대찬 소리를 내뱉어주었다. 그러자 화인은 그에 대한 보답이랄까, 자신이 문신을 한 문신술사의 명함을 내밀어주며 충동적으로 새긴 문신이었지만 그 이후 뭔가 자신감이 생기고 심장이 새로 뛰는 것 같았다며 시미에게도 한번 가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문신술사를 방문한 시미는 흔히 생각하는 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몸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돌아 나오고 만다. 그리고 몇 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사건들이 발생하는데 그 중 한건의 사건의 한가운에 화인이 있었다. 회사를 대신해서 화인을 찾아갔던 시미는 화인의 뒷덜미에서 화인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주었다던 그 샐러맨더라는 문신이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