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일을 놓은지 벌써 1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몇달 전부터 아들 데리고 캐나다로 훌쩍 떠나기 전까지 20년은 정말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고, 안 마주쳐 본 진상이 없을 정도로 일에 치여서 살았던지라 싫다면서 하고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기에 그 말 뒤에 붙은 '하하하'가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읽어보니 나랑 참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성격, 하지만 세상살이가 다들 그렇게 사람을 이리 깎고 저리 깎아서 결국은 비슷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안 그래도 빠른 세상의 흐름 속에서 광고업계의 흐름이란 그 세상의 흐름보다도 훨씬 빠른 흐름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히 남들보다 일을 더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 혹은 그저 버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낮춰 평가하는 작가지만 말 그대로 그 속에서 10년 이상을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들보다 못한 사람은 아니라는 방증일터다.
그럴싸한 미사여구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솜씨가 과연 광고계에서 카피라이터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답군,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다 중간중간 그려진 삽화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그 또한 매력적이다.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연차에 들었으니 자리를 잡은 중견 직장인일테고, 자기만의 책을 한 권도 아니고 세 권씩이나 낸 작가이기도 하니 세상 쉽게 사는 것 같지만 남의 회사에서 월급받아 먹고 사는 직장인이라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생각같아선 호기롭게 까짓거 이놈의 회사, 내가 그만둔다 하고 뛰쳐나오고 싶지만 결국은 오늘 그은 3개월 할부 카드값을 갚아야 할 다음달의 나를 위해서 그런 말은 넣어둬, 넣어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