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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1 : 발칸반도 - 강인한 민족들의 땅 ㅣ 가로세로 세계사 1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로 시작된 이원복 교수의 만화는 이제 자신만의 하나의 장르를 구축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의 정해진 크기의 사각형 안에서 상단의 15% 정도는 고딕체의 설명으로, 하단의 나머지 부분은 '만화'로 채워져 있다. 이 포맷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기에 매우 유용한 것이어서, 이제 이런 방식 이외의 학습만화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이원복 교수가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방식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이런 방식의 책을 잘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장점을 구구히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적을 듯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유학 경험을 통해 '몸'으로 느낀 그들의 삶과, 작가의 성실함으로 모인 '자료'가 적절히 녹아들어갔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후의 작품들이다. 이후의 작품들은 물론 작가의 성실한 '자료'수집이 잘 녹아들어가긴 했지만,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그 부분이, 아마도 작가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는 점일 테다.
'가로세로 세계사'는 저자 스스로 '먼나라 이웃나라'의 속편 격이라고 밝히고 있다. 쉽게 잘 쓰여져 있고, 뜻밖의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예를 들어 세르비아가 왜 코소보에 그렇게 집착했는가 같은).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음을 밝힌다.
우선 책의 '총설'에 해당하는 nation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nation에 대한 담론은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작가는 19세기에 그 담론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민족'의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양립하기 어려운 두 명제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결론에 있어서는 대체로 저자에 동의할 만하지만('열린 민족주의'와 같은), 약간의 고민이 더해진다면 쉽게 깨질 수 있는 '논증'이 적지 않아 보인다.
'작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플라톤의 민주주의 비판에 대한 묘사(특히 22쪽)에 대한 부분은 '틀렸다'고 보인다. 플라톤 시절에는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포퓰리즘은 보통선거가 확립된 이후에야 생각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플라톤 시절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와는 좀 다른 면이 있고('추첨제'와 같은), 플라톤이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할 때 사용한 단어는 '민중주의'나 '포퓰리즘'이 아니라 '중우정치'였다.
또 하나, 147쪽에서는 프랑크의 카를대제가 800년 황제가 되어 '신성로마제국'이 성립되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카를대제(혹은 사를마뉴)는 '서로마제국'의 황제가 되었고, 신성로마제국은 동프랑크의 오토가 황제가 되면서, 즉 962년에 성립된 별개의 제국이다. 깜박 할 수도 있을 법한, 그러나 치명적인 실수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원복 스타일의 만화의 장점은 쉽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발생하는 한계는, 본격 인문학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때문에 검증을 어렵게 한다)가 있다는 점이고, 이런 정보가 누적되면, 책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