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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 금장본
200주년신약성서번역위원회 엮음 / 분도출판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과거 유럽에서 처음 학문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무렵에 공부하는 방법이 이랬다. 큰 책의 가운데 부분에 권위 있는 책의 본문이 있고 책의 여백에 그 책의 해석을 달아 넣는다. 그렇게 빽빽해진 책을 후학이 필사하여 베끼면서 다시 후학에 이어준다. 그렇게 학문이 이어져 내려왔다. '주석학파'라고 부를만한, 그런 공부방법의 흔적이 오늘날 법학과 (가톨릭) 신학에 남아있다.
법학의 경우 법조문에 대한 주석서 형식의 책이 아직도 출간된다. 법학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과연 그런 주석서 형식의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말로 번역된 성경책을 무조건 읽는다고 예수가 살아오시지 않는 것처럼 법학 역시 법조문을 읽는다고 이해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주석서는 실은, 전문가 집단에게 꽤 유용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전을 인용할 때 빠지기 쉬운 실수-많은 오해는 아주 간단한 오독에서 벌어진다-를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에 있어서는 어떨까?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한 사람들의 모임을 '신자' 또는 '교회'라고 부를 때, 처음 그 가르침을 접하기에 이런 형식의 주석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그 공동체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있어서, 매일 접하는 신약 속의 여러 문구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신학자들의 견해를 접하는 것은 제법 의미있는 일이다. 즉 주석서 형식이 전문가 집단에게 꽤 유용하다고 할 때, 신자들이야말로 바로 그 필요성이 간절한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타 등등 이유를 차치하고, 이 책의 외형은 '소장가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거의 '흉기' 수준의 두께에 가죽 양장, 그리고 금장까지. 여유가 있다면 그냥 책꽂이에 꽂아두고, 일주일에 한 번 미사시간에 다루었던 복음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은 습관이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아, 그리고 이 책의 형식은 법학에서의 주석서나, 중세 시절의 주석서와는 다르다. '조문' 단위로 끊어 읽을 수 있는 법학 주석서와 성경은 그 상황이 다르고, 한편 오늘날의 발달된 편집기술은 과거 수도사들의 편집상의 노고를 훨씬 줄여주었다. 책의 상단 4할 정도는 신약의 번역 부분이, 하단 6할 정도는 그에 대한 주석이 각주 형식으로 달려 있다. 아무튼 명불허전! 일단 책은 '책에 대해서' 백날 들어야 소용 없다. 일단 읽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