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망가 대왕 4 - 완결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정말로 완결되고 말았다.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는 얼마나 위험한지! 학교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 연대기적인 행사들에 학창생활을 끼워맞추면 된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스토리를 짜기가 쉽단 말이다), 그들에게는 '졸업'이 기다리고 있고, 이 경우 작가는 졸업을 시키면서 극을 끝내거나 졸업 이후의 삶을 그려나가야 한다(주인공을 몇년째 유치원생으로 그리는 크레용신짱이라는 예외적인 만화도 있다). 아즈마 키요히코는? 졸업을 시켰다. 그리고 극을 끝냈다! 이건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일까? 아즈망가에는 정녕 연장방송이란 없는 것일까?

아즈망가 대왕의 형식미는 독특하다. 이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이 만화는 네컷 만화로 되어 있다. 네컷 만화라니. 네컷 만화는 원래(!) 장편만화의 중간 혹은 끝 부분에 작가가 심심풀이로 끄적인 만화가 아니던가? 그런데 아즈망가 대왕의 에피소드는 네컷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더 대단한 것은 네컷으로 한 편의 에피소드가 끝나면서 그것이 옆의 네칸으로 내용상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이 만화의 진행은 A -> B -> C -> D -> E -> ... 로 이어지면서 A 안에서 A기 -> A승 -> A전 -> A결, 이것이 다시 B, C, D 안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만화의 구성은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말그대로 소소한 일상이다. 이들은 학교생활을 한다(!).

네컷만화는 사실 우리 나라에서도 꽤 오래 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년조선일보나 소년한국일보 같은 어린이용 신문에서는 매일 네컷짜리 만화를 연재하였다('돌배군'을 기억하는가?). 사실 중앙일간지도 요즘에야 단면짜리 만평으로 통일되는 것 같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왈순아지매 등의 네컷짜리 만화를 싣고는 했다. 이런 네컷만화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것은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네컷짜리 만화는 일종의 꽁트다. 네컷 내부에서 기승전결을 갖추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해서 끌어가다가 끝을 내어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역시 아즈망가 대왕의 형식미는 독특하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놀랍다.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네박자의 이야기진행으로 인해 속도감이 붙고, 때로는 박진감넘치는 느낌을 준다(개인적으로 그런 면에서 장편의 호흡을 취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버젼은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짧은 호흡으로 끊어주면서, 자칫 흥분해서 질질 끌 수도 있을 에피소드들이 매우 쿨하게 끝맺음을 하면서 바로 이어서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질 수 있게 해 준다.

이 만화는 여러 번 반복해 볼 가치가 있다. 처음에는 드라마로 읽힌다. 그 반복회수가 늘어갈수록 전체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전체가 잘 짜여진 매트릭스로 떠오른다. 그 매트릭스를 그냥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 이 만화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쯤해서 드는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다른 형식에서도 이런 재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즈망가에서는 '서비스'로 네컷이 아닌 형식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그 부분은 어째 좀 어색하다. 마치 만화 원작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그렇다면 아즈마의 본격 장편은 어떨 것인가? 우리는 그 놀라운 재능을 [요츠바랑!]에서 이어볼 수 있다. 적어도 아즈마에게, 2년생 징크스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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