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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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메이님 블로그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곧장 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야금야금 읽었다. 꽤 분량을 차지하는 책임에도, 초반엔 어찌나 빨리 읽혔는지 모른다. 더불어 낮은 자존감에 대해 고민하던 나에 대해 나름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에 대한 명성은 예전부터 들어만 왔지 직접 접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가정적 백그라운드, 그 외 주변 환경과는 상반되는 ‘가장 최선의 청빈한 삶’을 추구하는 그였다. 세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닌 월든이라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불안보다, 기존 세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삶에서의 중요한 가치관을 얻게 된다고 피력한다.

우리 역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립을 독립적으로 해나가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정보의 바다를 넘어 허리케인급의 세계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나의 자릴 벗어나 월든에 오두막을 지을 수는 없지만, 정신 없고 늘 불안한 이곳에서 단 하나의 안식처를 오래 짓고 확장하는 태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무리 육신의 풍족함을 가졌어도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다 읽고 나면 조금은 풍족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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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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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자인 박영선(가명) 씨의 딸이 저자다.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에서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날 먹여 살린 정도가 아니라, 살렸다"라고. 영선 씨의 생애를 대화 따라 상상해보면 어떻게 기구한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셨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사실 경외감도 있었다. 그렇다.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렸다는 말은 단순히 은유적인 표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혈육으로 뭉친 자식이 있다면 그를 위해 얼마든지 목숨도 내놓을 각오를 하고 하루하루 살아간 것이다.

당장은 결혼 생각이(계획조차도) 없고, 주변에 기혼자가 한 두 명씩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영선 씨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은) 같은 처지가 되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 은화 씨의 입장과 동일하게 어머니를 두고 있고, 아직까지 함께 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영선 씨와 은화 씨도 갈등과 크고 작은 싸움의 연속 안에서 지냈겠지만, 내가 속한 가정도 피차일반이다. 하루에 한 번도 안 싸우고 지나가면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친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싸움을 달고 지내는 건 너무도 당연지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엄만 나와 내 동생을 먹여 살렸다. 아니 살렸다. 상반기 내내 스스로 수렁을 만들어 갇혀있을 때도, 그 어둑한 곳에서 빠져나와 양지로 나가라고 불러준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느끼며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엄마와 나누는 대화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중심을 두고 싶다. 일단 하루빨리 일적인 보금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지만, 언젠가 꼭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엄마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P.S.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다시금 벼랑 끝에서도 자신의 살 길을 개척하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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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영성 - 내 마음의 주인 찾기
폴 트립 지음, 최요한 옮김 / 두란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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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돈과 관계 없는 듯한 고민을 하며 시간을 소모할 때가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돈과 관계 없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돈과 직결되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려보니, 현생에서 붙들고 있는 고민 역시 궁극적으로 돈 때문에 나오는 고민이었다. 애써서 '이건 돈 문제가 아니고 다른 관점에서의 문제야'라고 합리화했을 뿐.

세상에 정의된 '수저론'에 의하면 내가 금수저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돈 한 푼 없어서' 현생에 지장이 있던 적 없었다. 삶은 참 역설적이다. 그렇게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기회는 피눈물을 흘리며 내려놓았을 때 다시 찾아온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난하게 살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다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을 때 크리스천으로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돈과 신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재정을 비롯한 모든 것의 주권이 하나님 앞에 있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돈을 사용하기 이전에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묵상해보라는 내용이 신선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를 '모든 것을 다 가진 자'라고 정의한 것도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우리가 원죄를 갖게 만든 장본인(그러니까 나쁜 인간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은 넓은 관점을 가지고 돈을 바라보고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돈을 더 벌게 됐을 때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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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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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일이라는 것은, 

1)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자주 마주하길 유발하는 어떤 것.

2) '외부에서 들리는 부르짖음에 이끌리는 인력'과 '내부에서 맞닥뜨린 극혐 요소에 튕겨져나가는 척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것.

3) 그럼에도 사는 평생을, 일과 끝도 없이 투쟁하는 것의 반복이라고 감히 정의해본다.


연속적으로 현실주의 소설을 읽었더니, 현생에서는 절대 일어날 일이 없는 사건들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판타지 소설이 당긴다.


여담으로.. 요새 책 리뷰가 잘 안 써지는데 읽을 때도 집중을 안 해서 더 그런가보다. 분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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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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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 책: 많은 별 중 군계일학과 같은 존재를 만난 듯한 느낌

전쟁의 시대로부터 오랜 휴전기를 지나가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의 조용하고 치열한 움직임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결말부에선 상처를 온전히 회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치유의 의지를 놓지 않는 주인공 지연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위로 받고 싶었던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끝도 없이 사랑 받기를 갈구하는 나는, 그래.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개인에게 파고든다 해도 멈추지 않는 연대, 아리아드네의 빨간 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세계관이 심금을 울렸다. 실컷 인상 쓰고 있다가도 이내 미소 지어버리는, 그런 담대한 세상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과연 이 세상에서 삼천과 새비와 같은 연대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 때, 이 책장을 다시 펼쳐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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