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우리는 누군가를 피상적으로 알고 나면, 마치 그에 대한 꽤 정확도 높은 정보를 얻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 간의 ('누군가'에 대한) 의견이 상충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 순간을 외면하려고 한다. 내게 찾아오는 관계에 대한 갈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듯이 말이다.
저자의 첫 소설집인 <괜찮은 사람>은 이러한 갈등을 철저히 외면한 자들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관념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서서히 변한 것들이라고 해야 할까. 인물들이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라고 느낀 것은, 끝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그들을 인도한다. 끝맺음은 뒤로하고, 이야기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야기의 여정에 참여하는 독자 역시 '역시 여긴 잘못된 길이 맞았다'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일전에 <화이트 호스>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한 감정들이 자주 스쳐 지나갔다. 픽션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대의 여성들이 데자뷔처럼 겪어온 현상을 한데 모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저자가 써놓은 이야기들이 당장 오늘에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갈등을 촉발하는 가해자들에 벌을 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팩트'만으로도 이 사회에 만연한 논란과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피력한다. 이 정도라면 강화길 작가의 작법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