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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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의 글을 읽으면 춥다.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이야기의 연장 선상으로 두려움을 느껴서).


강화길 작가의 글을 읽으면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로소 민낯의 나 자신과 마주한 것처럼.


이렇게 현실적이고 위협적인 글은 오랜만이다. '박완서 키드'로 자란 작가의 그간의 여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페미니즘 텍스트이지만 다소 우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독특하지만, 여성에게 있어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적인 문체를 지녔다.


표제작인 <화이트 호스>도 꽤 강렬했지만, <오물자의 출현>은 총 일곱 작품이 쓰인 의도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듯했다. 한 자씩 읽어가며 울컥했다가, 분노했다가, 허탈해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과연 텍스트 안에 상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김미진'이 현실 속에 기생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어찌 됐든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한 작가의 이야기를 만난 후의 사람들 중 일부(여성 독자)는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제 왕자에게 의지하며 사는 공주가 아니라"고, "현실과 혼동되는 텍스트일지라도, 여성으로서 이전과 같이 살지 않겠다고 끝내 다짐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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