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 (리커버 에디션) 옥타비아 버틀러 리커버 컬렉션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 속에서 부유하며, 도대체 제목(Kindred)의 의미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반복했다. 검색해보니 ‘혈육, 친족‘의 의미를 담은 단어라고. 이 한 단어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는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아니 형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다나와 케빈의 관계는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가도, 한편으론 아드리아네의 희곡에 나오는 ‘붉은 실‘과 같이 끝과 끝에서부터 이어지는 필연처럼 보인다. 서로 달리 인식하고 있는 인종과 성별의 이해 관계는 픽션 속 논픽션 같다. 그저 어떤 연인의 시시콜콜한 다툼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인류의 과제였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별과 갈등, 해방 의지이리라 믿고 싶다.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다나의 치열한 노력은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자신이 동족을 향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 1819년에 빨려 들어간 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음을 한탄하며 인정하는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그들과 동족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텍스트에 표현된 무자비한 폭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100년에 걸친 시간을 장치 삼았더라도 말이다.

해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계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환경이나 인종, 성에 관한 문제를 더 눈 여겨봐야겠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 수는 없기에. <킨>은 올해 들어 내가 각성하도록 만들어준 작품이다. 우리 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가 반복되는 역사 가운데 굴복할 수밖에 없으나, 정말 빨리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 의식을 전복시킬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나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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