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시체 Corpse on Vacation K-픽션 스페셜 에디션
김중혁 지음, 정이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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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off : 나는 살아있는 시체입니다.


김중혁 작가가 가진 이야기는 상당히 시각적이다. 워낙에 보기 드문 소재를 가지고 텍스트 랠리를 이어가다 보니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진다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비교적 최근 작품인데, 초기 단편 소설들의 느낌이 군데군데 묻어난다. 화자 ‘나’와 주원(가명이다)의 셰익스피어 작품 대사 이어 말하기 같은 소재는 다른 작가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유머다.

각설하고 이 이야기는 영화 <무간도>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일구어낸 무간지옥에 들어가 어떻게 죽을지를 궁리하는 주원의 삶은 무간도의 두 주인공 유건명과 진양인의 삶과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그 와중에 주원으로부터 버려진 ‘나’ 역시 그와 나눈 대화록을 집에 와서 불태워버림으로 새로운 생애를 마주한다. 게다가 제목은 보통 비범한 게 아니다. 휴가 중인 시체라니. 애초에 시체는 365일 휴가 아닌가..? 책과 영화 모두 어떻게 살 것인지를 죽음이라는 반대의 개념으로 풀어냈다고 느꼈다. 다만 약간의 억지를 섞어 설명하자면 이야기 속 주원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살았을 거라 해도 소위 말하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을 꾸역꾸역 갉아먹고 있지 않을까.

다시 제목을 떠올려본다. 과연 여기서의 시체는 누구인가? 주원이 종국에 어떤 수로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모습이 바로 휴가를 맞은 시체의 모습이 아닐지 의심해본다. 막말로 죽으면 그가 가진 죄책감이 일단은 없어질 거고 그가 ‘나는 곧 죽는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붙은 버스를 정처 없이 몰고 다니는, 사회를 향한 속죄 행위도 중단될테니. 반대로 주원이 살아있을 거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제목이 이야기에 반하게 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앞 문단에서 언급한 <무간도>의 유건명처럼, 주원과 ‘나’는 사는 동안 저마다의 방법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 세계 속에서 발버둥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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