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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4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4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최초 좀더 저렴한 '알라딘'에서 주문했지만 이틀 후 품절통보메일을 받고,

'인터넷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책. 이게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는 온라인 서점과

그렇지 못한 서점의 단적인 차이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를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서점(혹은 음반점)은 이 부분에선 강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며칠 후 도착한 책은, 심한 때와 먼지로 덮여 있어 불만스럽긴 했지만.


 

이로써 2005년 3월 현재, 육권까지 출간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모두 읽었다.

여섯권을 모조리 읽었다고 해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이렇다할 지혜나 지식같은 걸 얻은것도 아니지만, 일권에서 육권까지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장의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차다. 고 하면 비웃으려나?

 

아무튼, 1997년과 1998년에 쓰여진 그의 이번 독서일기에도 주목할만한 부분은 많다.

1997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출간 이후 법정을 오가며 겪었던 음란물 시비에 대한

풍경과 고뇌의 흔적이 적지않이 묻어있기도 하고, 법정에서 나오리라 예상되는 판사의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 작성했던 답변을 초록해 두기도 했다.(45)

아래는 '음란물이 뭐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답변.

 

음란물이란 성적 흥분을 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의도적인 고안물이지요.

예를 들어 권태기의 부부나 성 장애자 혹은 쾌락을 즐기려는 연인이 단순히 성적 흥분을

고조시킬 목적으로 찾는 비디오나 성 보조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드는 누드잡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심심풀이로 혹은 일부러 찾아보는 에로 만화나 소설 등등.

성 범죄를 일으킬 목적으로가 아니라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음란물은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 음란물은 따로 있지 않고, 그것이 닿지 않아야 할 수중에 있을 때 음란물이 됩니다.

성인용 비디오가 청소년의 손에 닿는 그 순간 말입니다. (55)

 

97년의 시끌벅적한 이 사건과 함께 서점에서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도서는 비닐포장을

해서 못보게해야 한다는 안이 강력히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금 비닐포장 돼있는 도서라고는

만화책이나 패션잡지나 일러스트작품집 정도.

 

그 외에 흥미로운 부분은, 인도에 대한 비우호적 견해(13), 마루야마 겐지에 대한 우호적 견해(41),

조선일보 청탁으로 써 보낸 '햄버거에 대한 명상'에 대한 감상(106), 글쓰기에 대한 견해(136),

재즈에 대한 견해와 추천곡(161), 독서에 대한 자기반성(168) 등이다.

 

이 중에 공감의 울림이 상당히 큰, 그의 독서에 대한 자기반성를 옮겨 놓는다.

 

(문제는 어떤 책을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가 아니고,) 너는 네가 읽은 책들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 나이가 들수록 굴욕이 철철 넘치는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 읽고자 시도한

소위 고전들과 명작들.

하지만 나는 또 고백한다. 지난해 봄 카뮈를 다시 읽어보겠다고 '전락'과 '페스트'를 읽고

단 한 줄의 감상도 쓰지 못했던 때의 막막함. 그리고 지난해 여름 구치소에서 읽었던

고은의 '화엄경'앞에서 느꼈던 무지.

책 속에서 지식을 얻고자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지식밖에는 못 얻었다.

아주 막연하게, 어려서부터 책 속에 쾌락의 길을 내고자 했던 내 소망은 기실 지혜를 얻고자

함이었으나 지혜에 눈끄기보다는 지식이라는 무거운 짐만 얻었다.

오, 지혜여! 어떻게 쾌락을 얻을까!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들

 

마루야마 겐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밤의 기별

에프라임 키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성석제,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성석제, 재미나는 인생

모턴 샤츠만, 어린 혼의 죽음

카프카, 법 앞에서

에드워드 사이드, 권력과 지성인

정재서, 동양적인 것의 슬픔

필립 위헤, 재즈

루시엥 말송, 재즈의 역사

윈턴 마살리스, 재즈와 클래식의 행복한 만남

이승하,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롤랑 바르트, 현대의 신화

 

 

몇가지 우련한 어휘들

 

환시 희구 면수 눙치다 아귀 벼리다 타기 댄디즘 기조 약취 소격 괴발개발 계간 인준 무화시키다

격하하다 시부저기 죄과 사출 축장 호혜 슬레이브걸 톰보이 상재 혈행 전언 허명 약취 기식하다

환원주의 체현 항용 기표 천명 농탕질 미만 빈한한 본령 치도곤 사술 우의적 현현 동가숙 서가식

혼효 부면 굴욕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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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 통신
요시토모 나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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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1959년에서 2003년까지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이다. 일본의 'H'란 잡지에 연재했던 '작은 별 통신'이란 글을 단행본으로 엮어냈다.

발문의 에필로그에서 밝히기를,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쓰지 못한 개인적인 부분은, 내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려고 합니다.

이 책에는 괴로워하면서도 미술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 내가 있고,

한껏 허세를 부린 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미술을, 그리고 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나도 상처를 입고,

그런 연속이라 한심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통해서

나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60)

 

짐작하다시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섬세한 평가나 설명 혹은 악평에 대한 변명, 결혼,

여자관계, 금전문제, 친구관계, 가족관계, 그림에 대한 고민, 슬럼프, 삶의 위기나 전환점,

나쁜 습관, 구체적인 비젼 등은 찾아보기 힘든 자서전이다.

마흔 중반까지의 삶의 궤적과 그 풍경을 거칠게 스케치하듯 써내려간 에세이인 셈이다.

 

"평가해주는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내 작품을 봐주는 사람을 위해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나 자신을 위해서 작품을 제작해왔"(102)다는 현대미술작가의 성향과

동향을 대변할 수 있는 언급과 "'피사체를 어떻게 찍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피사체로 삼을까?라는 관점이 분명해서 좋다'"(134)고 '혼마 다카시'가 나라 요시토모의 사진을 보고 말해준 사진론과

"테크닉이나 이론은 다소 개인차는 있어도 누구든 언젠가는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은

각자가 나름의 방법으로 획득해야 하는 것"(84)이라는 방법론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책을 앞뒤로 뒤적이며 정리한, 2003년까지 그의 연보는 아래와 같다. 

30세의 독일유학은 너무나도 멋지지 않은가?

 

1959년 12월 5일 일본 출생

1979년 21세. 무사시노 미술대학 입학

1980년 22세. 첫번째 유럽여행

1981년 23세. 아이치 현립예술대학 입학

1983년 25세. 두번째 유럽여행

1985년 27세. 무사시 대학원 입학, 미술학원 강사

1987년 29세. 세번째 유럽여행

1988년 30세. 5월 독일 국립뒤센도르프 예술아카데미 유학

1994년 36세. 아카데미 졸업

1997년 39세. '깊고 깊은 웅덩이' 출간

1998년 40세. 'Slash with a Knife' 출간

2002년 44세. 아프가니스탄 여행 (잡지기사)

2003년 45세. 파리국립학교 강사

2003년 45세. 'The good, the bad, the average, ...and unique' 첫 사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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