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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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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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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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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다도'가 아닐까 한다. 뒤로 발을 모아 무릎을 굽힌 보기에도 불편한 자세이지만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그 모습은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길고 긴 다도의 역사에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고 존경을 받았던 대단한 다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 책의 주요인물이기도 한 '센 리큐'이다. 그는 1.5평의 좁디 좁은 공간을 안락함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기는 한편 그 밖에 심미안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일본의 유명한 다인 중 하나이다. 다만 그런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말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미움을 사 할복을 하게 되고 마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리큐에게 물어라>라는 이 작품은 그가 어째서 할복을 해야만 했나,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비밀까지 파헤쳐 올라간다.

리큐의 할복 장면을 묘사하는 첫 부분에서부터 그가 매우 아끼는 수수께끼의 향합이 등장한다. 일본사에 대해 배우지 않은 독자의 입장에서 그가 어째서 할복을 해야만 하는가 그 연유도 궁금했지만 매우 아름답다는 이 향합에 얽힌 사정에 대한 궁금증은 읽어 나갈 수록 더욱 궁금해졌다. 리큐의 다도에 대한 정신과 관련이 있다고는 짐작되지만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지 또 어렴풋한 실루엣만 비춰지는 조선 여인에 관한 사정은 과연 무엇인지 작가는 마지막의 명쾌함으로 남겨둔다. 또한 다도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리큐와 그것을 정치적인 도구로 여기는 히데요시의 대립도 이 작품에서 그냥 넘기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는 보통의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의 마지막에서부터 점차 역행해 간다는 면에서도 이 책의 서술방식은 특별하다. 리큐 자신의 시점에서뿐만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제자들, 그를 시샘 했던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생애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시점으로 리큐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말해준다. 다인으로서의 리큐, 신하로서의 리큐, 스승이었던 그를 알아갈 수록, 지금껏 이름을 들어 본 적도 더군다나 만나본 적도 없는 한 역사 속 인물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정치와 역사 속에서 숨쉬는 그의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리큐의 모습도 그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데 일조했다.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한 부분은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으로써 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 침략에 일조하는 왜인 리큐의 모습은 주인공이라도 개인적으로서는 역시 아니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 모두가 시대의 희생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승리하지 않으면 남는 건 죽음뿐이다"라는 히데요시의 말도 전부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탐욕적인 이기주의로 인해 아군이건 적군이건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은 결코 자랑할 이야기가 아니다. 어찌보면 분통이 터지는 타국과 자국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같은 잘못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몸소 실감했다.

어지러운 세파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일대기가 지금도 가슴 속에 아련히 남는다. 평소에 거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다도'란 문화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의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애잔해 오는 그의 인생을 함께 거슬러 올라왔다는 느낌이 드는 깊이있는 시간이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목표로 걸어가고자 했던 다인들의 모습이 앞으로도 한동안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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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늑대 (무선)
쓰시마 유코 지음, 김훈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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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러 - 운명을 훔친 거울이야기
말리스 밀하이저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거울'이라는 소재는, 백설공주라는 유명한 동화를 비롯해서 많은 작품에서 등장했던 것 같다. 소설 속 거울의 이미지라면 기이함과 신비로움이랄까?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주곤 하는 착하디 착한 거울도 있었고,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역할을 하는 신비한 거울도 있었던 것같다. '운명을 훔친 거울'이라는 <더 미러>의 거울은 다른 작품들에 등장했던 어떤 거울보다도 기괴하고 무섭다. 그리고 이 거울은 한 일가의 세명의 여인들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20살의 다음날 결혼을 앞둔 샤이는, 자신이 사는 집과 고장이 맘에 들지않아 오로지 떠나고만 싶어하는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소녀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뇌졸중에 걸려 반송장과 다름없이 지내는 할머니 브랜디가 있었다. 샤이의 어머니 레이첼은 결혼 선물로, 오랫동안 집안에 존재해왔던 골동품 거울을 샤이의 결혼선물로 주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20년 동안이나 말이 없던 브랜디가 '거울'이란 말을 내뱉는다. 평범한 거울이 아니란 생각에 어쩐지 오싹함을 느끼던 샤이거울 속에서 할머니인 브랜디와 눈이 마주친 순간, 70년도 더 전의 브랜디의 20살 결혼식 전날로 뒤바뀌어 가게 된다.

20살의 샤이와 20살의 브랜디는, 거울로 인해 서로의 영혼이 바뀌어 자신이 아닌 상대의 몸으로 다른 시대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원위치로 돌아갈 거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거울은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미래에서 온 샤이는 브랜디의 몸으로 살면서 미래를 예측하곤 해 '맥케이브 가문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급작스럽게 발달한 미래로 온 브랜디는 가족들로부터 정신병원에 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엄청난 시간이란 세월을 건넌 그녀들에게는 주위의 모든 것이 새롭다.

둘의 뒤바뀐 운명 탓에 딸이 엄마인 레이첼을 낳고, 브랜디는 딸인 레이첼이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기묘한 상황에 처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점점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대단함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샤이, 자신이 살던 시대에 쌍둥이 외삼촌과 동생인 그의 어머니 레이첼이 존재했던 것처럼, 브랜디가 된 샤이, 자신은 두 명의 쌍둥이 아들과 딸 레이첼을 낳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한 구석에는 98살이 된 자신의 할머니 브랜디가 존재했었던 것이다. 병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훨체어에만 의존해야 하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살아야 하는 기분은 어땠을까?

브랜디의 딸이자, 샤이의 어머니인 레이첼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어머니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딸인 자신을 오히려 의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거울이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사이에 낀 그녀 또한 괴로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시대에 부조리함에 회의를 품고, 결혼보다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를 원했던 브랜디는 그녀 자신의 손녀의 몸으로 98살에 죽은 자신의 몸과 무덤을 바라보게 된다. 거울이 보여주던 환상으로 미래의 세게를 동경했던 그녀이지만 막상 접한 미래의 그곳 또한 자신의 이상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곳이었다. <더 미러>는 브랜디와 레이첼, 그리고 샤이가 겪어야만 했던 역사와 인생의 집약체이다.

서로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며 고뇌에 빠져있던 그녀들이었지만, 그들이 살아 온 20년이란 세월보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책장을 몇 장 남겨둔 마지막부분에서 특별히 그 둘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그때의 브랜디와 샤이는 이미 뒤바뀐 인물,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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