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변화를 이끄는 방법

해 가 갈수록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어떤 일이든 시간을 투입할 수록 가정 생활이든 직장 생활이든 요령이 생겨 낯설음이 없어지고 적은 시간으로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변화만은 그렇지 않다. 가정 생활은 내가 주체이니 익숙한게 좋다는 식으로 변화를 거부하면 되지만, 직장 생활은 내가 객체이니 거부할 수도 없고 시간이 갈수록 적응도 어려워진다.

'변화에 대해 뭐라고 강변할까, 설마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라는 식의 뻔한 얘기는 아니겠지'라고 주절 주절거리면서 펼쳐 든 책의 첫 도입부에서부터 시선을 끈다. 변화가 보존의 반대가 아니라고?

1. 변화는 보존의 반대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변화를 보존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를 대척점에 놓듯이 변화와 보존을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여긴다.

우 리는 그렇게 사랑해온 것들을 한순간에 잃지는 않을까 두려워한다. 즉 익숙했던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것, 다른 말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변화가 우리가 여태껏 사랑해왔던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더 그렇다. ...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더 중요한 B를 보존하기 위해 A를 바꾸는 것이다. 왜냐하면 B가 A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흔히 변화와 보존을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변화는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거이요, 반대로 보존은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마 치 변화와 보존이라는 단어를 두고 언어 유희를 하는 것 같지만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금새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은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상전벽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은 그 유래가 몇 백년은 되었을 거다. 그 옛날에서 세상의 변화가 있었는데 요즘같은 속도의 시대에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세상이 변하는데 보존하고 싶은게 있다고 끌어 안고만 있어서는 그것은 퀴퀴한 냄새나는 것이 되고 폐기처분 대상이 될 것이다. 변하는 세상에 맞추어 변화를 가해줘야 보존이 가능하다.

2. 변화에 무조건 적응하기 보다는 적응과 예상을 적절히 절충시켜야 한다. 우리 선조가 동굴에 적응만 했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굴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진보는 더 나은 환경을 상상하고 주변 상황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 바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책에 나오는 노숙자에 대한 얘기는 변화에 대한 적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재밌는 예이다.

누 가 나에게 이 사회에서 적응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노숙자라고 말하겠다. 노숙자들은 여러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만큼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결여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래를 예상하고 움직일 줄 아는 능력이다.

3. 변화에 대한 저항은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라고 한다.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을 잠재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루려고 하므로 가장 원활하게 일이 진행되는 방법을 택해 그 과정을 고정시키고 더 이상 바꾸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생명이라는 것은 에너지로 영양을 취하는 변화 저항 세력이다. 이것이 생명에 대한 진정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반대로 죽는것은 어떠한가? 죽는다는 말은 환경이 원하는 대로 적응하는 것, 즉 저항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 것이다. 조직은 효율화된 업무방식을 고착화하려는 경향이 있고 한편으로는 변화에도 순응해야 하는 모순을 가지므로 융통성을 갖고 극한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변화에 대한 이 세 가지 풀이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변화를 너무 왜곡된 렌즈를 통해서 켵눈질로만 봐왔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이해를 통해서 어떻게 타인을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가 이어진다.

1. 권력, 힘으로 움직이기
2. 확신, 합리적으로 타이르기
3. 참여,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끌어들이기
4. 수용, 타인의 말 받아들이기

힘 으로 움직이기가 성공확률이 높은 편이라는 글을 읽는 순간 섬뜩해지지만 곧 이어지는 글을 읽고는 안심하게 된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권력- 책 후반부에는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고 있고 그 취지를 살펴봤을때 권력이 적당한 것 같다-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권력를 부려 돌아가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쉬운 해결책으로 보이는 이 방법은 결국 큰 손해를 가져온다.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 권력에서 권위로 넘어가듯 자발적인 판단력, 결단력, 창의성 등을 더함으로써 단순노동에서 창작행위로 넘어갈 수 있다.

직 원 개개인의 자율적인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권력을 휘둘러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힘이 아닌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합리적으로 타이르는 방법 - 아마 공자라면 이 방법을 가장 선호했을 것 같다 -은 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지만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결론이다.

그 럼, 수용과 참여는 어떨까. 이 책에서도 참여를 타인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는 것 같다. 여기에도 약간의 반전이 있다. 뭔가 변화를 이루려면 우선 그 변화에 관련된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은 오류라고 한다. 그럼 지지도 없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가. 해답은 지지는 협동하며 함께 움직이다 보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합리화의 원칙이라 부른다. 우리가 한 행동을 바탕으로 믿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쉽게  조종당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믿음이다"라는 로베르 뱅상 줄의 지적이 타인을 변화로 이끄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이 책은 세 명의 변화에 대한 접근방식과 글쓰기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앞의 직관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접하다 뒤로 갈수록 심오한 접근과 사유가 나오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를 씻어주는 세 가지와 타인을 변화로 이끄는 방법만으로도 현실에서 꽤 쓸모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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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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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운 오리새끼를 백조로 변신시킨 독서

책 으로 들어가면서 작가가 역경을 이기면서 살아온 길이 먼저 나의 눈을 잡아끈다. 미운 오리새끼에 비할 만큼 미운털이 박혔던 그녀, 여전히 마이크 울림증이 있고 대중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기는 하지만 지금은 여러 권의 책을 내고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진다.

현 실로부터 도피와 방황을 하면서 접했던 책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는 힘과 용기를 얻고 책이라는 인풋을 그냥 삭혀서 무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책이라는 아웃풋으로 혹은 추상적으로는 과거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나로 탈바꿈하는 즉 아웃풋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궁극에는 자유를 만끽하면 훨훨 날아가는 보헤미안이 된 지금의 모습을 같이 했던 책과 함께 소개한다.
 
책 을 읽으면서 작가의 현재 모습이 자기 계발 서적으로부터 배운 정보로 짜맞추어지고 여러 문학 작가들의 생각으로 기워진 모자이크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가 단순히 책에서 읽은 생각에서만 그쳤다면 그 생각에서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익히고 내재화하는 과정, 가령 3단계 되묻기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읽은 책의 작가의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것이 되어 버려 책에서 읽은 것인지 본인이 생각한 것인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글을 읽는 순간, 되려 모자이크라는 단어를 떠올린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정작 내 부족한 부분을 책에서 익힌 문장 몇 개로 기우고 그 의미를 3단계는 커녕 제대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써먹던 내가 짜맞추어지고 기워진 누더기 인생이었던 것이다. 불현듯 이 책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 책에 길이 있다'라는 옛사람들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작가는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그런 길을 찾아왔고 지금의 모습을 완성해왔다. 나도 꾸준히 독서를 하고는 있지만, 인풋은 있지만 아웃풋이 없는 무의미한 독서를 하고 책바보가 되고 있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책만 읽을 줄 알았지 써먹을 줄 모르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인풋은 있는데 아웃풋이 없는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책이라는 인풋과 내 생각이 만나서 내 책이라는 아웃풋이 되기도 하고 일그러진 삶을 만나면 밝아진 더 나은 삶이라는 아웃풋이 나오고 상처받고 우울한 마음을 만나면 위로받고 한결 가벼워인 마움이 아웃풋으로 나와야 한다.


그늘이라는 것과 상처 같은 것들의 소유자는 사랑받을 자격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을 모두 알아야 '맛있다'를 느끼게 되듯이 좋지 않은 습관이라던가, 나를 싫어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알곡이 익어갈 수 있음이다.

작 가가 자신의 힘들었던 성장기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키우는게 아니라 나를 숙성시키는 효모로 그리고 몸의 기운을 돋우는 좋은 약으로 생각하는, 상처와 불쾌한 맛을 더 이상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선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단련되고 성숙해진 작가에게는 이젠 어떤 시련도 좋은 아웃풋을 위한 영양제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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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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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요한 심연으로 이끄는 옛 시인의 소리

어려서 친구들과 낚시를 즐겨했다. 낚시를 가는 여정도 즐겁지만 도착해서 한마리라도 더 잡겠다는 일념으로 채비하는 과정도 너무 좋았다. 그럴때면 내팽개쳐놓다시피 하고 온 온갖 시름 -돌이켜 보면 별 것 아닌 시름이지만 그 당시는 나름 심각했다 -이 완전히 잊혀진다. 물론 낚시할 시간에 고민하고 노력했다면 더 좋은 해결책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책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름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있어 봄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지금은 자신한다.

사는 게 힘겹고 골치 아플 때는 이따금 이목구비를 닫고 세상을 관망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듯이, 그런 관조를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관조는 현실도피가 아니라 더 치열한 삶을 위한 튼실한 준비라 할 수 있다.

유달리 힘겨웠던 서울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KTX칸에서 독서등을 켜고, 그리고 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소파에 기대어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던중에 친구들과 낚시할때의 잊혀졌던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오늘 있었던 일에서의 시름도 잊게 해주고 수 백년전 일상에 지친 시인들의 나른함을 달래주던 그 은은한 달빛과 쏟아지는 꽃잎,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연인의 애절함 속으로 둘어간다. 혹시 피로에 절은 나른한 기분이나 술기운 탓이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어찌보면 피로와 술이 이 책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가 얘기하듯이 한시의 정서와 사상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만큼 보편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시 속에는 풍자와 은유 등의 수사법에 가려져 있는 유용한 가르침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냥 흘려버릴 한낱 위로의 말이 아니다. 한시는 허겁지겁 달려가는 우리의 일상을 쫒기위해 잔뜩 긴장한 우리 몸과 정신을 고요한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같은 글로 된 가사도 가곡의 곡조에 붙이는가 아니면 힙합곡에 붙이느냐에 따라 그 감흥과 깊이가 달라지듯 한시라는 곡조에 붙인 시인들의 사연들은 그 깊이를 더해서 우리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절제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자세는 더 감정을 일깨운다.
 경영을 기업경영처럼 딱딱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마음경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거기에다 해설이라고 붙인 글 중에서 개인적인 감상이나 단상으로 채워진 것들이 많다고 하지만 한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시인에 대한 정보와 시인이 겪었을 감정적인 고뇌 대한 공감가 부족한 나로서는 틀에 짜여진 해설보다도 저자의 그런 감상적인 글을 통해서 더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참고로 이 책을 읽을 때 한시의 번역만을 읽을 것이 아니라 음을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달빛이 비스듬히 정자에 기대어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고 있었을 그 옛날의 시인이 된 기분을 만끽하면서.
橫看成嶺側成峰 / 횡간성령측성봉              앞에서 보면 고개를 이루고 옆에서 보면 봉우리가 되는데
遠近高低各不同 / 원근고저각불동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각기 다르네.
不識廬山眞面目 / 부지녀산진면목              여산의 참 면모를 알지 못하는 것은
只綠身左此山中 / 지록신좌차산중              단지 이 몸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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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리셋 -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이 들려주는 번뇌 청소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이혜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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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번뇌 제거'를 향한 친절한 여행 길잡이

데이터에서 정보로 그리고 지식과 지혜로의 변화 과정을 정보의 진화단계라고 말한다. 데이터와 정보를 부지런히 모으지만 이를 구조화하고 체계화해서 숨은 진주를 발굴해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빗대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타고난 통찰력과 심미안으로 아주 미약한 데이터와 정보만으로도 대단한 고수의 경지에 오를 정도의 지혜를 발휘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데이터와 정보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번뇌는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나 번뇌를 가지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만으로는 없앨 수 없다.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번뇌를 없애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유아독존식의 아집으로는 턱도 없다. 왜 번뇌가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등 선인들이 축적해놓은 데이터와 정보를 먼저 얻어야만 한다. 지식과 지혜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결국 개인의 능력과 노력여하에 달려있지만 데이터와 정보는 상황이 다르다. 그야말로 번뇌의 지평에도 네이버 지식인이나 구글신 같은 게 있어서 누군가 잘 정리해둔 정보를 얻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번뇌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모으는 것만 해도 고행의 시작이다.

마침 이런 고행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바로 '번뇌 리셋'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용어와 개념을 재미나게 풀어낸다. 법정스님께서 본인의 삶 자체와 그의 사유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번뇌를 리셋하는 방법을 표현하셨다면 코이케스님은 애둘러 얘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우리 내부에는 우리를 조정하는 잠재력인 카르마가 있다. 카르마란 '마음속에 쌓아놓은 에너지'를 말한다. 긍정적인 카르마를 많이 쌓아놓으면 심신이 불쾌한 상황에 놓여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카르마를 쌓아놓으면 하찮은 사건에도 심하게 짜증이 난다. 이러한 마이너스 카르마를 만드는 것,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삼독(三毒)이라 일컫는 탐욕(貪慾), 진애(塵埃), 우치(愚癡)이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어떻게 느끼는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가는 이러한 과거에 무한히 쌓고 겹쳐온 작은 카르마가 거듭 쌓이며 만들어진 복합체에 의하여 거의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마음은 단순히 마음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물질, 즉 나쁜 호르몬을 생산하고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번뇌가 건강까지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해로운 번뇌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코이케스님이 소개하는 방법중 바로 실천가능한 두가지만 떠올려본다.

먼저 내 마음의 상태를 객관화하는 것이다. 가령 '화내서는 안돼'라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화, 화, 화, ...'라고 자신이 화난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화가 나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화를 해소시켜 준다. 다른 하나는 삼초관이라는 방법이다. 마음이 동해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려고 하면 3초를 기다리는 거다. 따지고 보면 후회스러운 실수의 대부분인 순간적인 반응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정말 핵심을 찌르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번뇌에 찌든 우리가 혹시라도 '번뇌 리셋'을 통해서 얻게될 마음의 고요를 되려 두려워할까봐 다음와 같이 조언한다.


깨달아 버리면 '기분 좋아' 같은 것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합니다. 오히려 '기분 좋아'를 보통보다 훨씬 깊고, 섬세하게 있는 그대로 맛보게 됩니다. <중략> '기분 좋아'를 그때그때마다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카르마'라는 이름의 잔반이 나오지 않습니다.


네 컷짜리 만화, 형형색색의 화사한 종이, 코이케스님의 '별 뜻없이 네 컷짜리 만화만 즐기셔도 좋습니다'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펼쳐 들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은 스님이 내어 주신 숙제 하나를 짊어진 듯하다. 이젠 깨달음이 열린 상태를 만들기 위해 '번뇌 리셋'법을 실천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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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에고이스트 - 녹색 현실주의자 이기적으로 지구 구하기 1881 함께 읽는 교양 7
그레그 크레이븐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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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대한 혼란을 잠재울 의사결정의 도구 상자

내주에 첫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다. 어느 남태평양의 섬나라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들리고 떨어져 나간 빙하조각에 몸을 실은 북극곰의 사진이 보도되고 한편으로는 경제적인 새로운 항로 개척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소식이 들리는 반면 정작 우리는 10월 마지막주에 첫 눈을 맞게 된다고 한다. 대체 따뜻해지는 건지 추워지는 건지 조차도 혼란스럽다.

제주도 인근의 바다에는 아열대 어종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하고 동해안에서 잡히던 오징어의 씨가 마르고 서해에서 잡힌다고 한다. 분명히 전지구적으로 기후의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옛날이 좋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인간 활용의 영향인지 아니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지금부터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대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등을 따지다 보면 머리가 어질하고 뭐하러 내가 이런 고민하고 있나하고 손을 놓아 버린다.

저자는 이 혼란스럽고 복잡한 문제가 수수방관할 남의 일이 아닌 나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당장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거기에다 복잡한 문제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 좋도록 의사결정의 도구 상자를 제공한다. 처음 저자의 접근 방식을 봤을때는 저자의 경력과 전
문성때문에서인지 다소 폄하하는 생각이 들더니 그의 생각 도구가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볼수록 지구 온난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문제 외에 복잡해 보이는 다양한 문제에 적용가능하겠다는 믿음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멀리 통용되고 있는 문제해결 방법들, 가령 BCG (Boston Consulting Group) 매트릭스나 블루오션의 전략캔버스, SWOT 분석 등이 따지고 보면 널리 통용되고 있는 이유에는 명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서이지 일반인은 생각도 못할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저자 그레그 크레이븐의 의사결정의 도구 상자의 아이디어가 실용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보인다.

이 책은 저자 그레그 크레이븐이 2007년에 유튜브에 올렸던 <The Most Terrifying Video You'll Ever See>에서 출발한다. 동영상의 열람 회수가 늘어나고 찬반 의견, 질문과 아이디어를 통해 그의 도구 상자를 개선하고 책으로 출간하게 된다.

도구 상자의 가로줄의 가능성과 네모안의 내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여 신뢰도 스펙트럼을 작성해야 한다. 단 이때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와 무의식적인 추측 등 우리 두뇌의 몇 가지 약점들을 인식하고 조심하면서 각종 정보원을 신뢰도 스펙트럼이라는 틀에서 신뢰도 수준에 따라서 배치해야 한다. 물론 개인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자의 경우는 확실히 온난화 지지자의 주장이 신뢰성이 높게 나타났고 그 과정의 풀이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신뢰도 스펙트럼에 나타난 주장의 신뢰도 수준을 기준으로 도구 상자를 다시 작성하고 4가지중 어떤 선택을 할지를 정하게 된다. 결국 지구 온난화란 참이며 지금 뜻있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앞서 제기한 몇 가지 문제 그러니까,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뭔가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한 답변을 제시한다. 덧붙여 지구 온난화외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논쟁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을 제공한다. 다만, 나 그리고 우리가 이런 현실 인식을 한다고 해도 저자의 말처럼 밈이나 사회적 유행병처럼 번져서 결국 각 나라의 정부와 정치가들, 기업인들이 지금부터 당장 행동을 취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더해지는 것 같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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