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고요한 심연으로 이끄는 옛 시인의 소리

어려서 친구들과 낚시를 즐겨했다. 낚시를 가는 여정도 즐겁지만 도착해서 한마리라도 더 잡겠다는 일념으로 채비하는 과정도 너무 좋았다. 그럴때면 내팽개쳐놓다시피 하고 온 온갖 시름 -돌이켜 보면 별 것 아닌 시름이지만 그 당시는 나름 심각했다 -이 완전히 잊혀진다. 물론 낚시할 시간에 고민하고 노력했다면 더 좋은 해결책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책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름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있어 봄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지금은 자신한다.

사는 게 힘겹고 골치 아플 때는 이따금 이목구비를 닫고 세상을 관망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듯이, 그런 관조를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관조는 현실도피가 아니라 더 치열한 삶을 위한 튼실한 준비라 할 수 있다.

유달리 힘겨웠던 서울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KTX칸에서 독서등을 켜고, 그리고 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소파에 기대어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던중에 친구들과 낚시할때의 잊혀졌던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오늘 있었던 일에서의 시름도 잊게 해주고 수 백년전 일상에 지친 시인들의 나른함을 달래주던 그 은은한 달빛과 쏟아지는 꽃잎,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연인의 애절함 속으로 둘어간다. 혹시 피로에 절은 나른한 기분이나 술기운 탓이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어찌보면 피로와 술이 이 책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가 얘기하듯이 한시의 정서와 사상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만큼 보편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시 속에는 풍자와 은유 등의 수사법에 가려져 있는 유용한 가르침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냥 흘려버릴 한낱 위로의 말이 아니다. 한시는 허겁지겁 달려가는 우리의 일상을 쫒기위해 잔뜩 긴장한 우리 몸과 정신을 고요한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같은 글로 된 가사도 가곡의 곡조에 붙이는가 아니면 힙합곡에 붙이느냐에 따라 그 감흥과 깊이가 달라지듯 한시라는 곡조에 붙인 시인들의 사연들은 그 깊이를 더해서 우리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절제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자세는 더 감정을 일깨운다.
 경영을 기업경영처럼 딱딱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마음경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거기에다 해설이라고 붙인 글 중에서 개인적인 감상이나 단상으로 채워진 것들이 많다고 하지만 한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시인에 대한 정보와 시인이 겪었을 감정적인 고뇌 대한 공감가 부족한 나로서는 틀에 짜여진 해설보다도 저자의 그런 감상적인 글을 통해서 더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했다.

참고로 이 책을 읽을 때 한시의 번역만을 읽을 것이 아니라 음을 같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달빛이 비스듬히 정자에 기대어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고 있었을 그 옛날의 시인이 된 기분을 만끽하면서.
橫看成嶺側成峰 / 횡간성령측성봉              앞에서 보면 고개를 이루고 옆에서 보면 봉우리가 되는데
遠近高低各不同 / 원근고저각불동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각기 다르네.
不識廬山眞面目 / 부지녀산진면목              여산의 참 면모를 알지 못하는 것은
只綠身左此山中 / 지록신좌차산중              단지 이 몸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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