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들 없이는 살 수 없지요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예전에 사랑니를 뽑을 때, 하루가 지나도록 혀의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고생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까지 의사선생님을 찾아가 항의성 상담을 했었는데 다행히 금방 정상으로 돌아왔다. 일반인들에게 의학은 접근하긴엔 어렵고 미묘한 세계이고 의사의 말은 진리나 명령에 가깝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신과 의사에게 모든걸 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의사도 실수를 범하는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의학적 상식과 실제 경험담, 그리고 긴장감이 있는 글솜씨가 이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게 한다. 정말 끊었다가 읽기가 힘든 책이다. 많은 의학 상식들을 얻을 수 있었고, 직업인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의사도 컨디션이 안 좋을 수 있고 판단착오를 할 수도 있고 서투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그런 의사의 불완전함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전에 학교 운동장에서 의대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는 것을 구경한 적이 있다. 수업을 듣다가 나와서 흰 가운을 벗어제치고 곧바로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한 학생을 보며, 그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또 다른 의대생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는 그래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을 고쳐 잡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의사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하는 면도 발견한 것이 뿌듯하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과 생명에 대해서도 내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두렵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사인은 무엇이 될까?'

나도 꿈을 보고 웃을 테다

완두콩
정헌재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7월

<포엠툰>의 후속작이라는 말을 듣고, 포엠툰의 심플한 캐릭터가 생각나서 이 책을 잡게 되었다. 내용은 작가의 사랑과 꿈에 대한 일기 정도이다. 만화가 한편 혹은 그 이상이 나오고 그 뒤에 에세이 형식을 띤 작가의 글이 나온다. 작가가 후기에서 이야기했듯 찬찬히 곱씹으며 읽으면 좋을 글들이다. 후기에서 작가는 그의 작품들에 가해지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에 대한 입장들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비판도 이 책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만화의 제목이 맨 아래에 써 있다는 것인데, 제목을 먼저 본 후에 떠오르는 선입관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영화 이야기도 자주 나오고 그 밖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들이 나온다. 밤에 읽어도, 낮에 읽어도 항상 따뜻하다는 느낌이 배어 나온다. 끝으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구절을 써본다. “그래!!!! 넌 나를 보고 웃어라.... 난 꿈을 보고 웃을테니....“

여운이 오래가지는 못해 아쉽다

남과 여 ㅣ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8월

이 책은 블루데이 북 시리즈 3편으로, 1, 2편과는 달리 동물이 아닌 사람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주말에 머리를 식힐만한 책을 고르다가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예상보다도 더 빠른 시간에 책을 다 볼 수가 있었는데 솔직히 여운이 많이 남지는 않는다. 우선 사진이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유쾌하지가 않았다. 사진들은 물론 옆 페이지의 글귀들을 설명할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둘 간의 관계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며 기분이 많이 밝아지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매끄럽지 않은 것 같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 책을 옮긴 신현림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피부 깊숙이 와 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왠지 내용이 시시하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감정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아지는 취업노트

취업노트
중앙M&B 편집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4월

우선은 산뜻한 편집, 그리고 '취업'이라는 화두에 끌려 책을 선택했다. 잡지사에서 만든 책답게 편집은 상당히 깔끔하다. 처음에 여성들을 위한 책 인줄은 모르고 선택했는데 역시 게재되는 사람들이 90%이상이 여성이었다. 정말 다양한 직업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취업 준비는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전통적인 직업보다는('사'자로 끝나는) 최근에 생기거나 유행하는 직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눈에 익은 인물들(손미나 아나운서, 남궁선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게재되어 관심을 끌었다.

장점으로는 첫째, 실제 직업에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그 직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한 글들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 둘쨰, 연봉이나 취업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좋았다. 셋째, 큼직한 사진과 산뜻한 편집이 책 볼 맛을 나게 한다. 다만 언급했듯이 여성지에서 발간한 책이라 남성들이 참고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잡지, 출판분야는 특정 회사의 인력들만 게재된 것 같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후속 시리즈가 나오기를 혼자서 기대해본다. 이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취업서적을 읽은 적은 처음이다. 그런데 품절이라니 아쉽다.

이 책을 읽는다면 몰라서 받는 피해는 줄 듯

신용카드 잘 쓰면서 돈 벌기
강원석, 류경태, 이상기, 채규영 지음 / 새로운제안 / 2002년 12월

신용카드 광고는 근사하다. 미남, 미녀 배우들이 출연해서 우아하게 소비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저렇게 근사한 생활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리고 각 카드사에서 내거는 이벤트와 혜택들은 우리를 얼마나 솔깃하게 만드는가? 하지만 반대로 어두운 면의 끔찍한 범죄들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다. 엄청난 카드 빚 때문에 자신의 인생의 행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우리는 보곤 한다. 이 책은 현직 금융전문가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함에 있어 자세한 상황별 조언을 해주고 있다.

1부는 신용카드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고, 2부는 신용카드를 활용해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들을 나열하고 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FAQ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도 많지만 좀 더 구체적이다. 그리고 카드사나 가맹점의 사정에 대해서도 알 수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우선, 1부는 읽어두고 숙지하면 카드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을 설명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해 받는 피해들이 종종 생기지 않는가?

2부는 참고는 되겠지만 카드사마다 특성이 있고 이벤트와 혜택은 수시로 바뀐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겠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회인들은 정말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한 법률 내용부터 최근 금리나 각 카드회사의 이벤트까지 말이다.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한 댓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