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 아이디어 소설
이헌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패션 회사 대표라는 저자 프로필을 보고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책 판매를 떠나 ‘한 생각‘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하길 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들에게 희망을 (무선)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마쿠라에 있는 작은 문구점에는 포포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다.

 

 문구점이라지만 기본적인 필기구뿐이다. 사실, 츠바키 문구점을 찾는 이들은 문구류 구입보다는 대필 의뢰를 하러 온다. 할머니는 가문의 열 번째 대필가였다. 포포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대필을 배웠다.


 한때는 고리타분한 할머니의 삶이 자기의 미래가 되는 게 싫어 방황하기도 했지만, 외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재능이 거기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일본어로 써 준 글씨를 보물처럼 여기며 기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찾은 것이다. 할머니들(쌍둥이였다)이 돌아가시고 츠바키 문구점이 비게 되자, 포포는 가마쿠라로 돌아와 문구점을 이어받는다.


포포는 대필을 의뢰하러 온 이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한다. 차 한 잔에 안정을 찾은 손님들은 포포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지인이 원숭이를 잃고 상심하고 있을 때 보내는 위로의 편지라든가, 부부가 합의이혼하게 되었음을 이웃들에게 보고하며 잘 살지 못해 미안하고 각자의 삶을 응원해 달라든가, 이십 년 만에 알아낸 첫사랑에게 (상대 배우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잘 살고 있다고 안부 편지를 전해달라든가….


 


 그렇게 손님이 의뢰를 하고 떠나면, 포포는 한동안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마음으로 살면서 편지를 쓸 대상을 떠올리고, 최적의 편지지와 필기구, 필체. 봉투. 봉인. 우표를 찾는다. 길을 걷다가도 의뢰인의 편지에 가장 알맞은 기분이 들면 펜을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쓴다.


그렇게 완성된 편지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포포의 편지를 받은 의뢰인들은 한결같이 '직접 쓴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편지를 받은 사람도 만족스럽다. 대필이지만, 그 안에 영혼을 담아 쓴다면 사람이 전할 수 없는 것도 대신 전해줄 수 있나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포포가 쓴 대필 편지를 받은 어머니가 편지를 꼭 안고 편안히 임종을 맞이하셨다는 의뢰인도 있었다.

 

 책 뒤에는 소설에 나온 편지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다른 종이를 써서, 마치 편지지 느낌이 난다. 각자 조금씩 다른 필체들로 편지가 쓰여져 있다. 


여름, 가을, 겨울, 봄의 네 챕터로 나뉘어진 이 소설은 평온하고 단조롭다. 포포와 함께 일 년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느끼는 듯하다. 무더위와 싸우며 시작된 이야기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지난 번에 읽은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처럼, 이 책도 '떠나보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앞선 책에서는 지난 사랑에 대한 떠나보냄이라면, 이번 책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떠나보냄이다.


포포는 두 번의 절연장을 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대필가로서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 편지를 쓴다는 건 맞지 않는 듯 했지만, 그만큼 질기고 소중한 인연이라 누군가가 '싹둑' 잘라 줘야 한다는 말에 절연장을 수락한다. 


절연. 인연을 끊는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예의와 형식을 갖춰서 보내는 절연장은 그것만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카톡이나 문자로 받는 것보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얼굴을 보고 말해달라던 작년의 내 부탁 또한 아무래도 예의와 형식에는 어긋났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렇게 싸늘한 답변을 보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문득 미안해진다.


잔잔한 일상 가운데 잔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 주는 책이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포포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일상을 떠나 잠시 다른 세계로 마음을 돌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자처럼, 나도 가마쿠라에 가 보고 싶다. 도쿄 역에서 55분. 도쿄 근교에 있는 조용한 마을...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난데, 연속에서 읽은 두 권의 소설이 도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작중 포포도 도쿄에서 편지지를 사 온다.) 이번에 도쿄 여행을 갔던 게 정말 그냥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츠바키는 일본어로 동백꽃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사서 처음 보여준 분과 동백꽃 이야기를 했었다. 휴대폰 케이스에 있는 꽃이 하얀 동백꽃이었다. 마침 작중 포포와도 같은 나이. 그분에게 이 책을 전달해야겠다.


============================================================


예쁜 양장에, 편지 느낌이 나는 예쁜 표지글씨에, 뒷면 바코드/ISBN/가격 표시바를 세로로 배치한 거에, 민트색 띠지에, 동백꽃과 새 은박에... 제작 점수 100점짜리 책!!!!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반짝반짝, 이라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간단하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바바라 부인이 그렇게 말해주어서 나는 그녀에게 팔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천천히 걸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마음속 어둠에 별이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바바라 부인과 내가 이웃에 살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제대로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바바라 부인과 친해진 것도 천국에서 선대가 그렇게 되도록 보이지 않는 실로 조종했을지 모른다.
선대에게 해준 것보다 받은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옆에서 바바라 부인이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카망베르 치즈를 먹고 있다.

아마 마음 한 켠을 얼버무리면 그대로도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익명 씨는 그렇게 얼버무려서 이어지는 관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겉치레로 관계를 계속해도 더는 서로에게 좋은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절교하지 않으면 끊을 수 없을 만큼, 사이가 좋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상대를 평생에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만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p.248

이제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
솔직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야.
때로는,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그러나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길 바란다.
솔직하게 살아주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네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2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번에도 '새로 나온 책' 제목 보고 합정 교보문고로 책 보러 나섰습니다. 그리고 실물 보고 바로 구입하기로 결정... 출판사가 예담? 어디서 봤는데 하고 앞서 샀던 책을 보니  



이 출판사 뭐야... 완전 내 취향이네. 위즈덤하우스의 임프린트 출판사입니다.





바로 이 만화가 들어있는 책이었습니다. 나도 내가 고구마인걸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태생적인 것 같아요. 나이나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저는 이게 '진짜로' 되는 사람을 인생에서 딱 한 사람 만났습니다. 이 만화 알려준 사람이 너무나 기쁘게 외쳤거든요. 나니까, 나라서 좋다고요. 



사람들이 가장 많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게 '카페'랍니다. 다들 그 꿈 이뤄서 그걸로 내 꿈도 이루는 날이 왔으면...이게 아니고, 이 책은 카페에 두기 좋은 책 같아요.

커피 마시다가 생각 없이 펼쳐 보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 몇 쪽 읽다가 사진도 찍고 적어도 보고 다시 꽂아 두는. 그런 책입니다.


아,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매일 밤 다른 모든 것들이 저 별들에 비해 얼마나 시시한지 떠올리며 살고 싶다. p.256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을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
p.250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괜찮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괜찮은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뾰족한 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삶은 너무 고달프다. 그러니 서로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격려하듯, 위로하듯, 확인하듯, 다짐하듯, 조용히 달래듯, 먹고살면 됐지, 먹고산다는게 어디야,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 야야, 먹고살 건 많아.

하지만 사실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든 정말 괜찮지는 않은 것이다.
p.163

졸리진 않은데 일을 하긴 싫다.
이 상태로 몇 시간을 보내면
졸리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지.

<양자택일>

첫날은 누워서 뒹굴며 행복하게 금방 보냈다.
둘째 날은 너무한가 싶어서 우주에 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죄책감을 지우는 것도 할수록 는다.
3일째는 보트에 누워 강 위를 떠나니는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연휴 3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넘어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
이종선 지음, 김수강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해부터 천천히 읽을 책으로 골라 둔, 이종선님의 신간입니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쓰신 분으로, 저에게 큰 영향을 주신 분이에요.
저에게 줄 책이지만 선물 상자에 담아서 주문했습니다.


이번 주 설교가 '팔복'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 책의 첫 글 제목도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입니다. 이렇게 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기가 가끔 나타납니다. 잠깐이 아니라 보통 한 계절 정도로 길게요. 이런 계절은 외롭고 힘들 때 찾아오는데, 마치 저에게 주는 위로 같은 느낌입니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어두기를 피하는 저이지만, 이종선님의 이전 책들은 온통 접어둔 페이지로 가득했습니다. 다 누구 빌려줬는데 기억이 안 나서 집에 한 권도 없지만요. 그만큼 멈춰 서서 생각하고 한숨쉴 일이 많은 책이었고, 이번 책도 그렇게 '잠깐 멈춤'의 시간이 많이 들어갔던 책이었습니다.


자주 이야기하지만 저는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합니다. 세상에 좋은 일만 가득한 건 아닌데, 내 삶에 특별하고 신나는 일만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 사이에서 감사할 일들을 찾고 행복을 모아 가는 노력들이 수필에 담겨 있는 것 같거든요. 바보 같이 사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책은 <따뜻한 카리스마> 보다는 이종선님의 다른 저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성공이 행복인줄 알았다>류의 에세이입니다. 따뜻한 카리스마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남다른 성공 비결과 노하우였다면, 이후의 책들은 열심히만 살아 왔던 자기 모습을 반성하고 여유를 찾고 싶어 하던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은 그렇게 살고 있는, 소망한대로 살아지고 있는 이종선님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전 아직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책에서 말하는대로 살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냥 내 마음 더 다치더라도,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조금 더 살아 보고, 정 안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멋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이가 이쯤 되면 포기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쯤 되면 그냥 천성인가봐요.


<넘어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는 이전에 저자가 낸 책들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뻔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종선스러운' 삶의 태도가 저에게는 용기를 줍니다. 예전에 저에게 힘을 주는 말들을 지금도 지켜 가고, 그렇게 살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쓰는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해서요.


이사 와서 옆집 문 앞에 선물과 카드를 뒀는데,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나 쓰레기봉투는 사라지는데 자기 선물만 문 앞에 일주일째.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 혼자 마음 쓰고 상처받고. 하지만 또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호의와 행운들로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고. 귀찮은 표정의 알바생에게 오늘 많이 힘들었냐며 한 마디 건네 주어 둘 다 웃게 되고.


바보들이 사는 방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게 더 마음 편한 쪽이거든요.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이기적으로 사는 거랍니다.


백 권씩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나눠 주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이종선님의 다른 책들도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런 기분입니다.
아쉬운대로 중고서점에 심부름 간 김에 평소 주고 싶었던 책들을 골라서
새해선물이라며 우리 팀에 한 권씩 나눠줬습니다.


http://onesweetstar.blog.me/220902120427




"내 마음 들여다보기? 어렵지 않아요.
사람들이 생각할 게 있다면서 조용한 자연 속으로 가곤 하잖아요?
조용한 곳에서 마음한테 물어도 보고, 뭐라는지 잘 들어보는 거죠.
그런데, 처음엔 대답을 잘 안 할 때도 있어요.
삐친 거죠. 그동안 들여다보아주지 않았다고.
근데 금세 답해줘요. 왜냐면, 마음은 내 편이니까요."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달라져야 하는 내 마음이었다. 내 말이 맞으니 함께 가야 한다는 고집과 교만,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과시욕, 내 호흡과 맞지 않다고 이내 끓어오르는 감정. 무엇보다도 원하는 목표를 일방적으로 높게 설정해두고, 어떻게든 이루려고 한 조급한 욕심. 그런 마음을 따라와 줄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귀신같이 ‘욕심‘인 마음을 알아챈다.

한 여자가 말했다. 자신의 결혼반지는 5,000원짜리라고.
"반지에 새겨진 ‘내가 원하는 건 너뿐이야.‘라는 문구가 좋아서 여행지에서 남친 것과 제 것을 하나씩 샀는데, 그 후에 결혼반지를 준비하려고 하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없더라고요."


은반지라고 속아 산 것 같은데 은도 아닌 스테인리스 같단다.
그래서 더 좋단다. 얼룩이 지거나 더러워진다는 ‘스테인stain‘, 무엇무엇이 없다는 ‘레스less‘, 그런 ‘스테인리스stainless‘여서 더 좋단다.


얼룩이 없는 결혼생활이 된다면 그 반지 때문이다.
그런 반지를 알아볼 줄 아는, 그녀 마음 덕분이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아이가 어떤 형태로든 내 곁을 떠나더라도 ‘상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래의 없던 내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내 사랑하는 가족이 뜻하지 않게 떠나도, 어느 날 갑자기 내 은행 계좌의 잔고가 텅 비어도, 그냥 원래의 내 상태로 돌아간 거라고 받아들여야 맞다고.

그래...
원래 내게 없었던 거다.
어느 날 내게 온 거였다.
그러고서 그렇게 다시 가버린 거다.


아예 없었던 것보다는 그래도 감사하다. 참 짧게, 그렇게 내게 잠시 왔다간 거지만, 그래도 참 감사하지 않은가. 아예 오지 않았던 것보다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 마음만 간직하고, 그냥 보내는 게 내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