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
이종선 지음, 김수강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해부터 천천히 읽을 책으로 골라 둔, 이종선님의 신간입니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쓰신 분으로, 저에게 큰 영향을 주신 분이에요.
저에게 줄 책이지만 선물 상자에 담아서 주문했습니다.


이번 주 설교가 '팔복'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 책의 첫 글 제목도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입니다. 이렇게 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기가 가끔 나타납니다. 잠깐이 아니라 보통 한 계절 정도로 길게요. 이런 계절은 외롭고 힘들 때 찾아오는데, 마치 저에게 주는 위로 같은 느낌입니다.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어두기를 피하는 저이지만, 이종선님의 이전 책들은 온통 접어둔 페이지로 가득했습니다. 다 누구 빌려줬는데 기억이 안 나서 집에 한 권도 없지만요. 그만큼 멈춰 서서 생각하고 한숨쉴 일이 많은 책이었고, 이번 책도 그렇게 '잠깐 멈춤'의 시간이 많이 들어갔던 책이었습니다.


자주 이야기하지만 저는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합니다. 세상에 좋은 일만 가득한 건 아닌데, 내 삶에 특별하고 신나는 일만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 사이에서 감사할 일들을 찾고 행복을 모아 가는 노력들이 수필에 담겨 있는 것 같거든요. 바보 같이 사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책은 <따뜻한 카리스마> 보다는 이종선님의 다른 저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성공이 행복인줄 알았다>류의 에세이입니다. 따뜻한 카리스마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의 남다른 성공 비결과 노하우였다면, 이후의 책들은 열심히만 살아 왔던 자기 모습을 반성하고 여유를 찾고 싶어 하던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은 그렇게 살고 있는, 소망한대로 살아지고 있는 이종선님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전 아직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책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책에서 말하는대로 살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냥 내 마음 더 다치더라도,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조금 더 살아 보고, 정 안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멋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이가 이쯤 되면 포기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쯤 되면 그냥 천성인가봐요.


<넘어진 자리마다 꽃이 피더라>는 이전에 저자가 낸 책들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뻔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종선스러운' 삶의 태도가 저에게는 용기를 줍니다. 예전에 저에게 힘을 주는 말들을 지금도 지켜 가고, 그렇게 살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쓰는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해서요.


이사 와서 옆집 문 앞에 선물과 카드를 뒀는데,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나 쓰레기봉투는 사라지는데 자기 선물만 문 앞에 일주일째.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 혼자 마음 쓰고 상처받고. 하지만 또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호의와 행운들로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고. 귀찮은 표정의 알바생에게 오늘 많이 힘들었냐며 한 마디 건네 주어 둘 다 웃게 되고.


바보들이 사는 방식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게 더 마음 편한 쪽이거든요.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이기적으로 사는 거랍니다.


백 권씩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나눠 주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이종선님의 다른 책들도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런 기분입니다.
아쉬운대로 중고서점에 심부름 간 김에 평소 주고 싶었던 책들을 골라서
새해선물이라며 우리 팀에 한 권씩 나눠줬습니다.


http://onesweetstar.blog.me/220902120427




"내 마음 들여다보기? 어렵지 않아요.
사람들이 생각할 게 있다면서 조용한 자연 속으로 가곤 하잖아요?
조용한 곳에서 마음한테 물어도 보고, 뭐라는지 잘 들어보는 거죠.
그런데, 처음엔 대답을 잘 안 할 때도 있어요.
삐친 거죠. 그동안 들여다보아주지 않았다고.
근데 금세 답해줘요. 왜냐면, 마음은 내 편이니까요."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달라져야 하는 내 마음이었다. 내 말이 맞으니 함께 가야 한다는 고집과 교만,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과시욕, 내 호흡과 맞지 않다고 이내 끓어오르는 감정. 무엇보다도 원하는 목표를 일방적으로 높게 설정해두고, 어떻게든 이루려고 한 조급한 욕심. 그런 마음을 따라와 줄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귀신같이 ‘욕심‘인 마음을 알아챈다.

한 여자가 말했다. 자신의 결혼반지는 5,000원짜리라고.
"반지에 새겨진 ‘내가 원하는 건 너뿐이야.‘라는 문구가 좋아서 여행지에서 남친 것과 제 것을 하나씩 샀는데, 그 후에 결혼반지를 준비하려고 하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없더라고요."


은반지라고 속아 산 것 같은데 은도 아닌 스테인리스 같단다.
그래서 더 좋단다. 얼룩이 지거나 더러워진다는 ‘스테인stain‘, 무엇무엇이 없다는 ‘레스less‘, 그런 ‘스테인리스stainless‘여서 더 좋단다.


얼룩이 없는 결혼생활이 된다면 그 반지 때문이다.
그런 반지를 알아볼 줄 아는, 그녀 마음 덕분이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아이가 어떤 형태로든 내 곁을 떠나더라도 ‘상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래의 없던 내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내 사랑하는 가족이 뜻하지 않게 떠나도, 어느 날 갑자기 내 은행 계좌의 잔고가 텅 비어도, 그냥 원래의 내 상태로 돌아간 거라고 받아들여야 맞다고.

그래...
원래 내게 없었던 거다.
어느 날 내게 온 거였다.
그러고서 그렇게 다시 가버린 거다.


아예 없었던 것보다는 그래도 감사하다. 참 짧게, 그렇게 내게 잠시 왔다간 거지만, 그래도 참 감사하지 않은가. 아예 오지 않았던 것보다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 마음만 간직하고, 그냥 보내는 게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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