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1
양재현 지음, 전극진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강한 승부욕과 진지함이 없는 주인공 한비광과 그가 사랑하는 하란의 강호 이야기. 주인공 한비광은 매우 단순한 생각을 보여주는 데,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싸우지 않고 도망가고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하란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려서 까지 싸운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남자들 사이에서의 자존심을 건, 목숨까지도 내놓는 승부는 매우 한심해 보이며, 자신도 그런 승부를 피해서 도망가기 위해 무공 중에서 경공술을 가장 먼저 배운다. 이런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은, 남자로서의 자존심이라고 내세우며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나타나는 다른 등장 인물들의 모습을 바보같이 보이게 만든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서, 잘못된 자존심과 올바른 자존심, 즉 자존감에 대해 비교하게 되고, 정말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무협만화에서의 싸움의 이유는, 한 인물이 말로서 유발되는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해서 서로 자존심을 내세운 싸움의 형태이다. 술집에서 남자 무협객들의 기 싸움이 시작되고, 가장 강한 인물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러한 남자들의 심리는 마치 수컷 육식 동물들의 힘에 의한 서열 배분과 영역 싸움의 형태이다. 대개의 무협 만화들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에 의한 통쾌함은, 약간 어리숙한 주인공이 대단한 무공을 익혀서 다른 콧대 높은 인물들을 쳐부술 때일 것이다.

'열혈강호'에서도 주인공에 의한 이런 통쾌함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도 낙천주의자 이며 무공에 있어서는 어리숙하고 무공에 대한 집념도 강하지 않은 주인공은, 계속해서 그의 이제까지의 방식대로 싸움을 피하기를 원한다. 현실 사회의 어느 집단에나 있는 수컷 동물들의 기싸움과 같은 것에 절대 휘말리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은, 만화를 읽는 이에게 이런 싸움의 어리석음을 웃음으로서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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