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의 그림을 꾸준히 들여다 보다가는, 절로 입이 열려 감탄의 한숨이 나오며 벙찐 모양새가 되는 꼴을 막을 수가 없다. 특히 <만폭동도>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박연폭포>에서는 천지를 진동하는 우레 소리가 그림 밖으로 쏟아져나오고, <인왕제색도>에서는 비에 젖은 숲내음이 물큰 어려 코끝이 벌름거린다. 다행히도 <원점소실법>이 아닌 그의 그림은 주체를 움직인다. 만폭동의 계곡 줄기에 쏠려가는 몸뚱이, 박연 폭포 밑에서 절로 고개를 치켜들게 되는 몸뚱이, 인왕산 머리 맡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주눅이 드는 몸뚱이 ㅡ 앞에 있는 그림은 한사코 대상(정지 및 수동)이기를 거부한다. 겸재의 박력과 섬세함은 하나의 동인(動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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