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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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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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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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과학이 아주 조금 더 발전한 평행우주에서, 아이들의 집

로봇과 신체 연장 장치가 조금 더 발달한 평행우주.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89쪽)이라는 철학 아래 '아이들의 집'이 있다.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178쪽)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에서 국가와 공동체의 보살핌 아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정보라 작가만의 스릴러도 던지는 '돌봄'의 화두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 최근작 <너의 유토피아>로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특유의 서늘한 스릴러로 '돌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건물 조사관인 무정형은 어느 날 죽어있는 아이와 아이가 죽지 않았다고 죽은 척하는 것이라고 우기는 엄마를 발견한다. "희끄무레한 천으로 덮인 기다란 물체와 그 끝에 튀어나와 있던 머리카락"(45쪽)으로 발견된 아이를 잊지 못하던 무정형은 그 후로 그 집에서 귀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정형의 근처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온 외국인, '난자, 정자, 인공 자궁만으로 아기가 출생'했다고 주장하는 단체 등이 나타나고 무정형은 이 단체와 죽은 아이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아이는 왜 죽게 된 걸까.

아이들이 환대 받지 못하는 사회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의 아이'를 돌봐주지 않는' 사회에서 벗어난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275쪽, 작가의 말)이다.

저출생을 걱정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고아 수출국 3위이다. "입양 아동이 발생한 사유는 미혼모(부)가 가장 많고" 그 뒤로 유기 아동, 가족 해체가 뒤따른다. 결국 가족 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입양이 되는 것이다. 소설 속의 '표'처럼 양부모가 사랑으로 키워주는 경우도 많겠지만 '관'처럼 단순히 일손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양육수당 때문에 입양되어 학대 당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양부모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지적했듯이, 아동학대의 가장 많은 가해자는 친부모이고,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집이다. 아이가 가장 안심하고 편안하게 생활해야 하는 집이 책의 '색종이'처럼 가기 싫고 끔찍한 곳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환대 받지 못하는 사회는 이러한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사회 문제

<아이들의 집>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야기에는 귀신과 범죄가 등장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덕분에 책의 페이지는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처럼 빠르게 넘어간다. 빠르게 읽혀도 책의 메시지는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작가 듀나가 이 책의 추천사에 썼듯이 "우리의 역사를 한 번 거쳐 간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이고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돌봄과 양육에 대한 책임'이라는 사회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평행우주의 아이들도, 우리 우주의 아이들도

작가는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179쪽)에 대해서 말한다.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또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그 존재만으로 온전한 환대를 받으며 자라기를,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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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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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환대 받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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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암실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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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과 유령없는 공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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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암실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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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연화의 이야기

<호수와 암실>(북다, 2025)은 "인문대 국문과 부설 고전번역원 협력기관 승정원일기번역연구소"(176쪽)에서 일하는 서연화의 이야기다. 어린이 모델을 하던 시절 자신을 희롱하던 사진작가를 차로 들이 받은 죄로 연화는 정화여학교라는 이름의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정화여학교에서 연화는 자신의 평생 버팀목이 되는 '선생님'과 끔찍한 기억이 되는 '로사'를 만난다. 정화여학교에서 나온 후 연화는 공부에 매진해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연화의 이런 노력에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었다.

나도 내 스승에게 물려받은 일이고 또한 누군가에게 마땅히 물려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견디고 있단다.

165쪽

등록금과 생활비에 허덕이며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연화는 모델, 재이를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신체적 조건의 재이와 만나면서 연화는 재이에게 빠져든다.

공포가 되어버린 과거

연화는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래된 기담이나 괴담에서 느끼는 재미는 옛사람들이 가진 공포를 현대인인 나는 갖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귀신 타령하는 사람들을 언제나 무시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와 비슷했다.

73쪽

연화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과거이다. 정화여학교에서 나온 후 오랫동안 애정을 느낄 상대를 찾지 못하다 만난 재이에게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과거를 조각했다. 이러한 연화에게 소년원에서 만난 로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재이가 로사를 만나지는 않는지, 로사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는지 늘 안절부절못했다. 동시에 로사가 재이에게 마수의 손을 뻗을지는 않을지에 대해서도 늘 노심초사했다. 로사가 개인 채널에서 지어낸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는 연화에게는 한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호러 영상인데 무섭지도 않고 애매하게 자꾸 추측하게 만들고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들고 그딴 건 호러가 아님.

226쪽

연화에게 있어서 로사는 계속 과거를 떠오르게 만들고 재이와 로사 사이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다.

우리 주변의 '언캐니(uncanny)'를 노리는 유령들

책의 해설에서 박인성 문학평론가는 연화의 과거에 대한 두려움을 프로이트의 말을 빌려 '언캐니'라고 지칭한다.

이처럼 잊고 살았지만 회피할 수 없게끔 현재로 되돌아오는 과거의 잔재를 프로이트는 '언캐니'라고 불렀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억압된 것의 회귀'이며 무의식의 귀환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언캐니는 아마도 가장 확고한 그러나 가장 낮은 주체적 경험이며, 가장 강하거나 가장 약한 자전적 '사건'이다.

277쪽

누구나 언캐니를 가지고 살아간다. 부모님에게 한 사소한 거짓말, 친구에게 상처 줬던 일 등의 사소한 일부터 크게는 연화나 로사와 같은 범죄까지. 소설에서는 연화라는 한 개인이 언캐니에서 벗어나는 과정뿐만 아니라 사람의 '언캐니'를 노리는 유령들의 모습도 날카롭게 잡아낸다.

그때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당연하게 가진 아이들을 보면 마음 한편이 자꾸만 무너졌고 그런 마음을 들킬 바에야 무리에 끼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 학생들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SNS 따위에 연예인뿐만 아니라 낯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 재생하지 않아도 틀어 보여주는 마당에 그런 마음이 들면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156쪽

매체 이론에 밝은 사람들은 일찍이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자기 삶을 원하는 형태로 편집해서 공감각적 수단을 활용해 특정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자신의 인간상을 자기가 추구하는 대로 보이도록 애쓰는 것.

227쪽


대표적인 유령이 소셜 미디어, SNS다. 정치인들을 포함해서 일부 사람들은 사람들의 언캐니를 자극해서 이득을 만들어 낸다. 연화의 엄마가 어린 시절 연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연화해게 했던 것처럼, 로사가 재이와 이혼으로 공감대를 만들어 이런저런 조언을 가장한 말을 한 것처럼, 연화가 로사에 대한 반감으로 재이를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게 노력한 것처럼. 회자되는 말처럼, 유령보다, 귀신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더 무서운 이유다.


귀신 없는 공포 소설

앞서 언급했던 로사의 영상에 달린 댓글처럼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건 공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을 읽으며 '진정한 공포는 의지와 상관없이 밀고 들어오는 혐오'가 아닐까 생각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려고 애를 써도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과거처럼 말이다. 박민정 작가 역시, 이런 공포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썼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과거를 모두 알고 있고, 심지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포스럽죠. (중략) 알 수 없어 두려운 미지의 공포가 있고 지금의 일상을 파괴하는 현실 공포가 (후략)

*https://www.munhwa.com/article/11506635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는 요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귀신 없는 공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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