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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1.
나는 소설이란 많든 적든 간에, 작가 자신이 투영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여성스런 느낌을 주는 글이 있는데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여성스럽다'는 것도 사실 뭐라 딱부러진 정의가 있는 건 아닌데,
피해자이면서도 되려 죄책감을 가진 히키코모리 주인공,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생물에 대한 매혹(특히 그 생물이 뱀이라면야! 유사이래로 뱀에 매혹당하는 건 여성이었다)
다소 지루할 정도로 섬세한 심리묘사, 가 내겐 그런 느낌이었다.
2.
아름답고 치밀한 묘사가 돋보인 소설이다.
적막한 영국 시골마을의 밤, 화재로 불탄 옛 교회 폐허의 묘사, 특히 압권은 한밤중에 마치 거대한 강물의 흐름처럼(!) 뱀 무리가 이동하는 장면.
공간적인 배경, 뱀이라는 소재, 얼굴에 치명적인 상처를 가지고 사람들을 피해 생활하는 고독한 주인공,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가 모두 조화롭게 어울려서 아름다웠다.
3.
하지만 내겐 단점도 컸기에 별 셋, 고민하다가 별 넷.
우선, 전개가 너무 느리다.
히키코모리 주인공에게 급 대시해 오는 두 매력남과의 은근한 밀당도 주요 스토리인데
은근해도 너무 은근해서 아줌마는 속이 터져나갔댈까.
비뚤어진 10대마냥 툴툴대기만 하는 클래라도 답답하고.
사건의 전개도 상당히 더뎌서, 클라이맥스까지 가기가 다소 힘겨웠다.
자고로 미스테리 스릴러라면 정신없이 몰아치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주의라 아쉽.
뭣보다 가장 큰 단점은,
저 표지! 저 소녀소녀한 표지!
이 책은 뭐랄까, 좀 더 어둡고 고통스럽고 섹시하되 절제된 그런 디자인이었어야 한다.
저저 코지하고 태평한 디자인은 완전 NG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