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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초기작 <드래곤 라자>때부터 빛을 발했던 독특한 세계관 설정이, 이 소설에서는 더욱 연마되어 여느 외국 대작 못지않은 치밀한 설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세계는 인간, 도깨비, 레콘(새와 유사합니다), 나가(뱀과 유사합니다)의 4개의 선민종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선민종족이란건, 각 종족이 고유한 신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 '신'에 대한 설정이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도깨비가 등장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용어와 지명, 인명이 옛 한국어로 이뤄져있어요. 나가 또한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이죠. 이렇듯 <눈.마.새>의 세계는 다분히 동양적인 색채로 꾸며져 있습니다. 항상 중세 유럽풍의 세계관에 안주하는 기존 소설들에 싫증을 느끼셨다면, <눈.마.새>의 이런 세계가 분명 신선하게 느껴질겁니다. 친숙하기도 하고 말이죠.
치밀하게 설정된 4종족의 특성들, 음모가 서서히 밝혀져 나가는 이야기 전개, 영도님 특유의 절묘한 대사처리들이 소설의 재미를 확실히 보장합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도 여전하구요.
다만 아쉬웠던 건, 뭔가 두리뭉실한 결말이었습니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와 여운을 남긴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로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여전히 존재하네요. 그런면에서 다소 쉽지 않은 면이 있던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