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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ㅣ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과거를 아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진실은 유물에 있다. 강인욱, 샘터
고고학자 강인욱은 ‘진실은 유물에 있다(샘터)’에서
p.36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보물찾기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삶을 밝혀내는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필요한 일일까?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아는 것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나의 물건은 때로, 나의 상징
내면에 쌓이는 가치가 중요한 것이라고, 그러니 내 밖에 있는 것 보다는 내 안에 있는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내 곁에 있는 물건들 역시나 나와 늘 함께하는 것이기에, 내 안의 어떤 감정과 생각에 버금갈 만큼, 내 존재 밖에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에도 나의 이야기가 깃들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 어떤 물건들은 애착이 갈만큼 소중하게 다루게 되고, 또 그중에 어떤 물건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나의 상징이 되기도 할것이다.
나의 말투, 나의 생각, 나의 습관등이 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은 판단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이므로, 자의튼 타의든 우리가 가진 물건이 바로 나의 상징이 될 때가 많다. 나는 나를 더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는 옷을 입고, 나는 나의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펜을 쓰고,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옷, 구두, 가방 등의 패션 소품이나, 쇼파 카페트 액자 등의 인테리어 소품에서 나아가서, 자동차 등의 본인이 소유한 운송수단을 통해서도 자신을 드러낸다.
내가 지니고 있는 물건은 나의 말과 생각에 덧붙여서 나를 표현한다. 그러니 나의 물건들은 서서히 나의 이야기를 담게 되고, 훗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없어도 나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물들
지금의 내가 소유하고 있는 나의 물건들이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소유했던 물건들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물건을 유물이라고 부른다. 고고학자 강인욱은 이러한 유물에 현재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그들의 인생이 담겨져 있기에 고고학이 낭만적이라고 한다. 수천년간 땅속에 묻혀져 있던 유물을 통해 그들의 사랑과 인생을 밝혀내는 것.
우리가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삶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접하고 즐거움, 행복을 느낀다. 타인의 삶을 이야기로 공유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알게 되어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타인의 삶의 방식을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에도 반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가 그냥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는 더욱 더 밀접하게 내 인생에 작용하게 될 것이다. 타인의 삶도 내게 반면교사로 삼게 되는 데, 그보다 훨씬 더 가까운 내 조상의 삶과 사랑이란, 더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게 어떤 중요한 결정과 선택의 순간이 왔을때, 그 이야기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저 조용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내 조상의 이야기는 내 마음 속에 하나의 잣대처럼 세워질 것이다.
시간적으로 멀어질수록 우리는 하나가 된다.
그런데 ‘유물’이라 표현할 수 있는 먼 과거의 사람들의 물건이란, 마치 우리 인류를 하나로 묶어서, 그것들이 그저 타인의 물건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조상의 물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졌다. 가까운 과거나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내 부모님, 내 자식 까지를 내 가족의 범주로 생각하게 되지만, 먼 과거나 먼 미래를 이야기할때는 우리는 그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우리의 조상, 또는 우리의 후손이라는 범주로 이야기 하게 된다. 많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 가거나, 먼 미래로 갈 수록 나의 조상과 후손의 범주도 자연스레 넓어지기 때문이지 않을 까 싶다.
그러기에 고고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의 오래 시간 전의 물건, ‘유물’이란 바로 우리의 조상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들린다. 그것은 나의 조상, 나의 가족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아, 나의 조상들은 이렇게 살았었구나.”
유품과 유물 사이
몇달 전 남편이 죽고 나서, 나는 경황이 없고 장례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었는데, 마침 상중에 남편이 사망 바로 전까지 잠깐 일했던 병원에서 남편 이름이 박힌 가운을 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입관식이 있었고, 나는 그 가운을 남편의 시신이 들어가는 관 속에 같이 넣어 주었다. 남편은 의사라는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람이었고, 나는 그래서 수의를 입힌 남편에게 가운까지 같이 넣어 준 것이었다. 나는 강인욱의 ‘진실은 유물에 있다’를 읽으면서, “아마 오래전 그 사람들도 자신의 사랑하는 이들이 죽었을때, 그들이 좋아했던 것들을 같이 묻어주었던 것이겠지. 왠지, 그들의 마음도 그날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굴도 모습도 알지 못하는 먼 과거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아릿한 감정이 들었다.
남편은 화장을 해서 바다에 뿌려 졌기에 관 속에 같이 넣어줬던 그 가운 또한 남편의 육신과 함께 한 움큼의 재가 되어 세상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시 한벌의 가운과 청진기 한개, 메모 노트, 면허증 등등을 더 발견했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크면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따로 모아 두었다. 죽은 남편에게 아빠라는 단어 한번 불러 본 기억 조차 없이 자라게 될 아주 어린 내 아이들이지만, 나중에 훌쩍 자라서 생부의 유품을 보게 되면, 그래도 뭔가 그들 나름 대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그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채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아마 고고학자들이 발견하는 ‘유물’과는 훨씬 더 가까운 세대의, 아빠의 ‘유품’이기에 내 아이들은 무언가 훨씬 더 깊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 느낄 그들의 감정은 그들을 한뼘 더 성장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진실은 유물에 있다. 강인욱, 샘터
p.36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보물찾기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삶을 밝혀내는 것이다.
p.79 고고학이 낭만적인 이유는 현재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생이 유물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p.132 연인들이 주고받는 사소해 보이는 목걸이나 매듭이 인연을 상징하는 이유는 그 속에 수많은 사연과 기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고고학 유물도 마찬가지다. 작은 토기조각 하나하나에서 수많은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사호한 인연의 결과는 결코 작지 않다.
p.139 고고학은 신나는 모험이 아니라 퍼즐을 이어 붙이는 끈기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p.144 상처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 하지만 그 상처를 당연시하고 발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 줄 매장 문화재는 더 이상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p.148 고고학자가 무덤에서 발굴하는 것은 대개 말라비틀어진 뼛조각, 그리고 토기 몇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무덤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던 과거 사람들의 슬픔, 그리고 사랑이 깃들어 있다. 수천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유물 속에서 그 사랑의 흔적을 밝혀 낸다는 점에서 고고학자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p.159 물론 당시 몽골 제국 에서 그런 장거리 여행이라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장춘진인은 가는 곳곳의 풍경들, 심지어는 신기하게 보였던 몽골인의 풍습 들도 자세하게 기록했다.
진실은 유물에 있다, 강인욱, 샘터
#옥님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