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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 전부다 -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ㅣ 아우름 29
권덕형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발견이 전부다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권덕형, 샘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만드는 예술, 광고. 현대카드 광고를 돌아보면서.
현대카드 광고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지만, 한동안 텔레비전을 켰을때, 눈에 띄는 광고 중에 하나는 현대카드의 광고였다. 현대카드의 광고들은 무심코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내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고 말해 주기도 했고,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벌써 몇년 전의 얘기라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현대카드의 광고는 그저 일하고, 공부하고 있을 때도, 심지어 가끔씩은 그냥 잠을 청할때도, 잔잔하게 일렁이던 마음에 누군가 돌멩이를 하나 던진것처럼 파문을 일으키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떠나지, 뭐. 인생 뭐 있어? 즐기면서 살아야지.” 그 광고 들은 내게 행동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메시지가 되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느라 내가 가진 거의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을 것이라고 느껴 졌던 시들시들한 삶에, 그래도 남아있는 에너지를 다시 모두 모아서 떠나고, 즐겨야 하는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광고에 필요한 관찰과 발견, 인문학적 소양
현대카드의 광고와 현대카드가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 지가 얼마만큼의 상호관계를 갖는 지에 대해서 내가 정확히 파악해본 바는 없지만, 기업의 광고에 그 기업의 마인드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그렇다면 현대카드에서 인문학적 인재를 선호한다는 세간의 얘기가 당시 핫했던 현대카드의 광고를 만들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현대카드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선호한다고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경우 서류와 면접 외에도 에세이 전형을 따로 보는데 '단순함과 복잡함에 대해 논하라', '자신' 등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담긴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현대카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단순함과 복잡함”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타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가치를 담은 광고가 나와 당신의 마음에 파고들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20년이 넘게 광고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아온 권덕형이 저술한 ‘발견이 전부다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샘터) 에서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기억되고 살아 움직이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찰과 그에 따른 발견이 얼마나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하나의 광고에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이야기가 실린다. 그렇기에 광고란 제품을 많이 판매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된 일일지라도,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 사람에 대한 관찰과 발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편의 광고에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고, 혹여나 감동을 주게 된다면, 그것이 해당 제품에 어느 정도로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이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고 떠날수 있는 용기와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현대카드(2002년) 광고.
https://youtu.be/sCLS49PxUmk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로 대표되는 현대카드 W 광고(2005). 벌써 오래된 광고지만, 지금 봐도 즐거운 영상
https://youtu.be/cuG_bXDgsEw
상품과 작품 사이
권덕형이 발견이 전부다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때로 광고주들은
p.149 “누가 우리 회사 돈으로 예술하라 했어요?”
하면서, 광고 카피를 쓸때는 어떻게 하면 브랜드에 도움이 되고, 어떻게 하면 제품을 많이 팔 수 있을지에 대한 고뇌하는 것이 필요하지, 예술성은 필요없다 한다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고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광고들의 경우 그 짧은 15초 간의 영상이, 사람들의 인생을 정조준하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절대 만들어 질 수 없는 작품. 예술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아름답고 즐겁게 표현해 내는 것. 만약 예술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면 시대를 풍미하는 광고도 감히 예술이라고 말할수 있는 것 아닐까,하는 무리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즈음 많은 명품들이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상품을 넘어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전시관을 만들고, 마치 훌륭한 예술품인 것처럼 그들의 상품(혹은 작품)을 선보이는 때에, 광고라고 예술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상품과 명품과 작품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지는 요즘, 광고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의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고, 우리가 그 이야기를 통해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광고로 예술을 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품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 란 고민이 가능하다면, 광고라고 예술이 되지 말라는 법 있겠는가? 예술가가도 생활인이기에 밥벌이에서 자유로워 질 수 없어서, 사람들에게 팔릴만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상품 또한 그 안에 예술성이 없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 지도 모른다. 예술과 밥벌이는, 그리고 상품과 작품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러므로 잘 만든 광고란 그 것 자체로 상품인 동시에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발견이 전부다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권덕형, 샘터
p.17 스포츠는 몸을 지닌 인간의 가장 강렬한 자기 표현이다.
p.20 무엇을 내 주어야 인생은 지속되는 가
p.27 그러나 의미있는 존재로서 살아있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자신을 발견해 주는 존재는 자신을 진정으로 살아가게 하는 존재나 다름없다.
p.56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세심함. 그것은 정책의 우아함에 관한 것이다.
p.91 “당신이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좋겠어.”
p.130 “먼저 구두를 보는 거야. 그리고 상상해 봐. 저런 모양이나 색깔 청결도를 가진 구두, 그리고 저런 양말을 신는 사람은 나이가 얼마나 될까? 어떤 표정을 한 사람일까? 어느 브랜드 가방을 들었을까? 시계는 찼을까 안찼을까?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너의 예상과 실제 그 사람의 얼굴과 차림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거야.”
p.144 좋은 광고는 공감을 부르는 광고다. 그리고 공감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마음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p.150 감동을 준 광고의 카피들은 모두 시 아닌 것이 없고, 성공하는 광고 캠페인들은 소설 아닌 것이 없지 않은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내공을 탓해야지 애먼 ‘문학’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 광고가 결국 만나야 할 대상인 ‘사람’을 향하지 못하고, 자음과 모음의 낱글자들에 머물러 식어버린 말들의 블록쌓기만을 하고 있던 나 자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p.153 그들의 간판에 희망의 바람이 가득 불어 팽팽한 돛으로 부풀어 오르고, 매일 저녁 밥벌이를 완수한 자들에게 허락되는 작은 행복에 닿기를 바란다.
p.174 광고가 매스미디어를 수단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귓속말을 나누는 애인처럼 사사로운 관계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p.220 몸을 채우고 마음까지 채우는 음식이 이리 소박한 것은 화려한 ‘만한전석(청나라 황실요리)’보다 우리 영혼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작고 낮은 목소리들은 작고 낮은 우리네 인생에 더 가까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