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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이슈로 보는 돈의 역사 2 - 화폐, 전염병, 기후변화, 경쟁, 신뢰, 금융위기, 갈등 ㅣ 돈의 역사 2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홍춘욱 박사님의 '돈의 역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이랑 거의 동시에 나와서 기다리지 않아 좋았다. 이번 책은 전염병, 기후변화, 금융위기 등 가장 최근의 이슈도 포함하고 있어 이전 책이 과거였다면 이 책은 현재에 포커시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4부에서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다룬 부분이 제일 인상 깊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양은 개방성을 추구하고 좀 더 큰 리스크를 지려는 성향을 대체로 꾸준히 유지한데 반해, 동양은 비슷한 한 두번의 성공 후에 다시 폐쇄적인 과거 질서로 회귀하려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이를 지속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서양인들은 그 먼 바다를 항해해 중국에서 은과 중국산 상품을 교환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뒤처지는 순간 멸망할 수 밖에 없는’ 경쟁압력에 있다. ... 경쟁자보다 더 빨리 화약 무기를 채택하고 군사들을 훈련시키지 못하면 상대에게 굴복하거나 심지어 망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 솜에 유럽에서는 끊임없이 혁신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아시아의 제국들은 유럽과 상황이 달랐다. 통일 제국을 만들 때까지는 신속하게 화약 무기를 수용하고 새로운 전술을 습득했지만, 일단 제국을 세우고 나면 혁신적인 전술을 폐기하거나 심지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변에 위협적인 적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은 페스트로 인해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향을 유지한 덕에 해외 원정이 본격화 된 이후로는 동양과 매우 큰 격차를 벌리게 된다.
흑사병 충격 이후 서유럽의 생활 수준은 가파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 인구 감소 및 1인당 식량 생산량의 증가로 인해 곡물 가격 하락 경향이 뚜렷했는데, ... 사회가 부유해지면 사치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 유럽 사람들은 새로운 금광 개발에 투자하기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즉, 예전 같으면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았을 사람조차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설 ‘인센티브’를 가지게 된 셈이다.
다만, 전염병을 극복하려는 위기돌파 노력이 역사적으로 항상 이렇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으로 미국에서만 약 67만명의 사람들이 희생된 후, 서서히 ‘외집단’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921년 이민법이다. ... 연 100만명 이상이 계속 이주하던 나라에, 갑자기 인구 유입이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는 경제 성장률 둔화였다. ... 두 번째 영향은 실질임금 상승 및 기업 수익 약화였다. ... 마지막 변화는 경제 불평등 완화였다.
이런 사례들을 정리하면 전염병이 크게 확산된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① 1인당 소득이 올라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②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의 경계가 나뉘며, ③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대두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시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과거와 비교해서 어느정도인지를 상대적인 수준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 똑같이 보호무역이라고는 해도 그 '닫힌' 혹은 '줄어드는' 수준은 과거에 비해 미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번영을 결정하는 역사적인 요인을 대체적으로 이렇게 본다면, 그런 흐름속에서 이를 지속하거나 가속화 시키는 건 시스템, 그 중에서도 화폐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과 신뢰의 문제다. 책에서는 이 '신뢰'의 문제를 다른 주제보다도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다양한 이유로 화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일들은 2016년 인도의 화폐개혁이나, 2019년 우리나라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필요성 논의가 이슈가 되었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진행형이기까지 하다.
이를 보면 괜히 현대 자본주의에서 돈이 '신용화폐' 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돈의 역사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들 사이의 신뢰의 역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