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나이 서른이 넘었지만 한자에 유독 약한 나! 중학교때 연합고사(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모의고사에서 한문 빵점의 경험이 있는 나에겐 한자란 풀기 어려운 퍼즐과도 같다. 뭐 그땐 한문이 4문제였고 한글화 열풍이 불었던 시대라 변명하고 싶지만... 그래도 빵점은 빵점 아닌가.
십시일반(十匙一飯) 이라...
열 사람이 밥 한 술 씩만 보태도 한 사람이 먹을 밥 한공기가 된다는 뜻이란다. 뭐 뜻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거 당장 한자로 써보라면 나 죽어도 못쓴다.
한자 풀이 그대로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밥 한술이 굶주린 사람의 배을 채워줄 수 있는 생명이 될 수도 있다는 작은 진리는 큰 기적을 이루기도 한다. 요즘 2천원하는 한통의 전화로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정말 이걸도 도움이 될까 하는 반문도 하게 된다. 하지만 텔레비젼 자막의 숫자를이 마구 올라가는 걸 보며 숫자 동그라미를 헤아려가며 혼자서 흐믓해 하는걸 보면 십시일반이 정말 별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제목을 자세히 보니 어라? 내가 알던 십시일반과는 좀 뭔가 다르다. 십시일反이다. 내 짧은 한자실력으로 볼때 이거 반대 할때 그 반자? 맞다. 되돌릴 반. 단순히 앞에서 얘기했던 그런 류의 의미로 서로 도와 잘 살자는 의미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열 사람이 한 사람 밥그릇에서 밥을 한 술 씩 퍼 간다면?
그 사람 쫄쫄 굶는다. 아니 내가 먹은 한 숟가락 땜에 그 사람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거꾸로 본 십시일반은 참으로 무섭기만 하다.
이 책은 발행 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이고, 담고 있는 내용은 사회적 약자에대한 편견이요, 담은 형식은 만화다. 하나 하나가 다 따로 국밥식이다.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세 가지가 모여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감동보다는 분노로 다가온 울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들..성별과 나이, 장애, 인종, 피부색, 민족 등... 참 많기도 하다. 다양한 차이가 무수히 존재하건만 우리는 그 차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술 더 떠 이를 일렬종대로 위계화 시키고 '우리'라는 이름하에 차별로 고착시킨다. 그들은 우리 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과 이권을 보호하는 이기적인 울타리일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마음을 꽁꽁 가둬놓는 '우리'
더이상 희망은 없는 걸까?
차별의 벽은 높고 편견으로 가득 찬 현실은 가혹하지만 아픈 친구를 위해 가슴에 리본을 달아주는 친구들의 모습과 똑같이 힘든 처지의 동료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주는 어느 몽골소녀의 모습에서 감히 희망을 얘기해 본다. 고단한 현실이지만 이들에게서 진솔한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빼앗아서는 되겠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밥 한 숟가락의 힘!
가진자의 밥그릇과 그렇지 않은자의 밥그릇이 똑같아지는, 그래서 다 같이 따뜻한 밥 한그릇 먹어보는 그런 미래.. 그래.. 우리 한 번 한 숟가락의 힘을 믿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