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도서관 노트 포함)
이현 지음 / 화니북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땐가? 내가 다니던 학교 뒷편에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도서관이 건립된다고 들뜬적이 있었다. 뭐 다들 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험기간에 공부하러 가기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던것 같다. 뭐 그렇다고 그리 모범생도 아니었건만 으레 시험기간이면 다른 학교 아이들보다 먼저 자리를 잡을수 있다는 잇점 하나와 그보다 더 매점에서 친구들과 먹던 잔치국수의 매력이 더 컷다는게 더 큰 이유였으리라...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6년동안 시험기간마다 혹은 방학마다 도서관을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드나들었지만 솔직히 그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려본 적이 없음을 창피하지만 고백해야 할것 같다. 나름대로 책을 좋하하던 나였는데... 용돈 아껴가며 서점가서 책 사서 보는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왜 책 빌릴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성적이 아주 뛰어난 모범생이 아니었던 까닭에 도서관에서는 공부해야지 책을 빌려 본다는건 왠지 마음 의 사치를 부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것같다. 거기에 도서관의 분위기가 요즘 말로 '열공'하는 분위기였기에 어설프게 책 빌려 읽고 있으면 '쟤 뭐야?' 이런 시선의 따발총 맞기 딱이었으니 소심하고 귀 얇은 나 잘때 자더라도 참고서와 사전을 베개삼아 잘 지언정 책을 보는 호사는 생각지도 못했던것 같다.도서관 간다면 으레 공부하러 간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도서관은 도서관일 뿐인데 그동안 우리는 독서실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나 보다.
요즘 워낙 거창한 제목의 책들이 많은지라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의심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고른 책이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솔깃한 단어들 ..기적,도서관,학습법 이라는 환상적인 단어들의 조합의 책... 학원에 과외에 천편일률적인 요즘의 사교육을 시키면서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필이 팍 꽂히는 책이다.
책 소개처럼 저자는 프랑스 유학중 다섯살난 아이가 엄마와 도서관을 다니며 불어를 깨우쳤고 이 방법으로 다시 한글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를 쉽고 저렴(?)하게 배웠다 한다. 우리보다 나은 조건의 프랑스 도서관이기에 가능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인 저자의 부단한 노력과 이에 잘 호응해준 아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하나 있고 인근 도서관에서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잘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중간짜리 우리 아이도 어쨌든 자기전 책 읽기를 통해 한글을 터득한지라 책의 저력을 일찌기 깨닫긴 했지만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과 접해보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단순하게 책만 빌리러 오던 아이들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아직은 서툴지만 자기 생각도 조심스럽게 얘기해 보고, 책이라는것도 만들어 보고...... 뭐 당장에 쓰기나 말하기가 쑥쑥 느는건 아니겠지만 중요한건 이 아이들에게 도서관이란 이전처럼 책만 빌리는 장소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서관에 들어서면서부터 도서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책 빌리는거 말고..) 그리고 집에 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도서관에선 조용해야 하고 책 빌리는 정도의 도서관이 아니라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지 부터 어떻게 도서관을 이용하는가에 관해 샅샅이 알려준다. 도서관을 관공서의 하나쯤으로 아는 현실에서 이 책은 참 반가운 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당연하게 누려야 할 것에 대해 이렇게 매뉴얼같은 책이 필요한 현실 또한 씁쓸한 마음도 든다.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분이라면 그저 그런 내용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저자의 꼼꼼함엔 큰 점수를 줘도 될듯 싶다. 도서관 이용이 서툰 분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참고로 목차의 소제목만 따로 적어두고 봐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