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명스러운 무당벌레 - 꿈을 그린 에릭 칼, 개념 탄탄 그림책 꿈을 그린 에릭 칼
에릭 칼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더큰(몬테소리CM)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여섯살 짜리 딸아이가 있다보니 내가 보는 책의 절반 이상 아니 90%는 그림책이다. 책을 무지무지 좋아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자기 전 책 3권은 꼬박꼬박 읽어줘야 하니 엄마인 나도 제법 그림책을 읽게 된다. (원래는 5권씩 이었는데 딸아이보다 내가 먼저 곯아 떨어지는 바람에...) 덕분에 미술도 문학도 더군다나 교육학과는 거리가 먼 전공 출신인 나도 그림책을 통해 딸아이 글도 가르치고 아이가 좋아하는 성향이며 좋아하는 화풍까지도 꿰뚫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으랴...

어릴적 책이 항상 고팠던 나는 책 많은 친구를 가려(?) 사귀는 영악함을 보이며 친구네 집 책들을 다 섭렵했다. 단행본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책 이꼬르 전집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던 시절...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이 있는 친구가 너무너무 부러워서 지금 생각하면 약간은 비굴한 모습을 보이며 그 친구 집을 드나들었다. 어린 마음에 왜 책을 저렇게 한꺼번에 팔까? 라는 생각에 넉넉하지 않은 우리집을 원망도 했었고...

20년이 흘렀다. 그런데 또다시 나에게 전집의 아픔이 찾아왔다. 바로 에릭 칼 의 책들... 그의 책을 보려면 전집을 사랜다. 그것도 디립다 비~~~싼 몬OOO사의 전집으로 말이다. 물론 원서로는 낱 권으로 살 수 있다지만 우리말로 된 것을 사려면 전집 70권을 다 사야 한다는 말이다. 갈등이 시작됐다. 사느냐... 마느냐...

결국... 지름신은 비켜갔다. 몇 권을 위해 몇십만원 하는 전집을 살 수 없다는 것. 왜냐하면 사더라도 족히 3~4년은 책장 장식용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랬던 그 책들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왔댄다. 야호~~~ 흐리릭히~~(이박사 버젼)

너무나도 유명한 북극곰과 갈색곰(이렇게 표현하더라도 대부분 아시리라 믿고...)은 단행본으로 출간되기 이전에 원서로 구입해서 마르고 닳도록 봤다. 그까이꺼 대충 그린듯한(에릭칼 할아버지 죄송...) 거친 그림과 간단한 문장... 단순무식(?)한 얼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덩치가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로,  동물의 시선에서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갈 수 있는 쉽지만 깊이있는 책...

퉁명스러운 무당벌레 이 책도 표지만 봐돠 딱 에릴 칼의 책임을 알 수 있다. 주제넘게 말하면 에릭칼은 단순한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 그림책 그 자체다. 브랜드란 말이다. 뒷면의 에릭칼 할아버지의 사진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오던 딱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어찌보면 치킨집 하얀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이 책 역시 퉁명스러운(우리 아이 표현으로는 엄마한테 혼이 난) 모습의 무당벌레가 여러 동물들에게 시비를 걸어가며 하루를 보내고 결국 원래 친구에게 돌아간다는 단순한 구성이다. 무당벌레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만나는 동물들을 보면 작게는  말벌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엔 고래.. 그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수염고래다. 자기 보다 훨~~씬 큰 동물들을 보며  "쳇, 넌 나하고 싸울 만큼 덩치가 크지 않아."  라고 말하며 싸움을 피하는 허풍쟁이 무당벌레...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엄마를 이겨먹으려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고래를 만난 후 무당벌레 친구에게 돌아가는데 동물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활자의 크기도 커지고 시간도 점점 지나가고 태양도 점점 높이 떠오른다.  마치 배고픈 애벌레(이 책도 아시리라 믿는다.)가 요일마다 먹는 음식의 갯수가 많아지는것 처럼 페이지도 작은 페이지에서 점점 커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뭐 좀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에릭 칼 이라는 브랜드이 특징으로 여겨주는 쎈스가 있다면 크게 문제될건 없고...

에릭칼의 그림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나의 입장에선 단행본으로 나온 이 책들은 너무나 반가울 수 밖에 없지만 책을 보다 보니 약간 눈에 거슬리는 점이 보인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구성답게 페이지 상단 구석에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계가 나오는데(원본에도 이게 나오는지는 안봐서 모르겠다) 시계가 너무 작아 몇 시 인가 정확히 보려면 책에 뽀뽀하기 직전까지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작은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나 우리 딸아이처럼 시력이 별로인 사람들은 이거 참 시계 본다고 들이 대다가 눈이 더 나빠지는건 아닌지...

그럼에도 우리 모녀는 에릭 칼 그림책들을 사랑한다. 사진을 보아하니 에릭 칼 할아버지 연세가 만만치 않에 뵈던데 부디 만수무강하셔서 아름다운 그림책 마구마구 그려주셨음 좋겠다.

오늘도 잠에 취해 책 읽어주며 딸아이의 핀잔을 듣는다. 꿈과 현실을 왔다갔다 하며 읽어주는 잠자리 책읽기... 천근만근 눈꺼풀이 나를 짓누르고 가끔은 헛소리(?)까지 하는 고통이 따르지만 이 시간들을 그리워 할 만큰 딸아이는 자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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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2005-09-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에릭칼그림책을 단행본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아빠해마이야기와 퉁명스런 무당벌레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요.에릭칼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저 처럼 다~큰(?) 아줌마~ 매니아들도 많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