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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평점 :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양양 / 달 / 2014

여자공감단에서 새로운 책에 대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왔다. 새벽에 메일을 읽으며 조금 울적하고 힘들었던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이라 여겼고,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내게 온 책. 가수 양양의 에세이《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저자의 소개글을 읽으며, 따듯한 사람이라 기대했다. 어쩌면 이 책이 지금 내게 꼭 맞는 책이란 기대가 들었다. 그리고 첫 장을 읽으며, 나는 이 책을 아주 천천히 읽기로 마음 먹었다.
‘파랗고 빨간 것’ ‘파르스름하고 불그스레한 것’하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에게는 이것은 ‘오후와 저녁 사이의 하늘’이다. 파란 이쪽 하늘 저쪽에서부터 발그레한 기운이 번져오는 것. 어떤 날은 오후 5시 46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테고 어떤 날은 트레이시 채프먼의 〈네버 유어스 Never Yours〉를 듣고 싶은 시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애매하고 오묘하고 불투명한 하늘의 시간. 경계가 모호한 어떤 것들.
…(중략)…
나는 이제 이것들을 동시에 놓아보려고 한다. 일기장 속에 빼곡이 들어찬 글, 녹음기에 하나둘 앉아 있는 멜로디. 그 파아란 글과 빠알간 노래를 여기에 함께 놓아두면 저 하늘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이것이 글이기도 하고 노래이기도 한, 글과 노래 사이의 언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둘이 다른 길을 걷다가 언젠가 만나게 되면 서로 반갑게 껴안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맞닿은 심장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당신은 아시는지.
푸르고도 붉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하루가 한 색깔이었던 적 없다. 마음이 울다가 웃다가 하는 날에는 당신에게로 가 노래나 부르면 좋겠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6-7쪽
하루가 한 색깔이었던 적이 없다는 그 말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울고 웃으며 보내는 나의 하루를 이렇게 예쁘게 표현하다니. 엉망진창,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나의 모습이 참 고운 하늘을 닮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약속된 책이었기에 빨리 읽고 빨리 써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빨리 읽으면서 따뜻해지는 내 마음을 느끼지 못함이 아까웠고, 책장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난 약속을 어기고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었다. 그녀의 따듯한 마음들을, 고운 낱말들을.
그녀가 혼자 시간을 보내며, 혹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던 생각들이 담겨있다. ‘노래는’ ‘기차는 떠나네’ ‘쳐다봐서 미안해요’ ‘시인의 밤’ ‘우린 참 비슷한 사람’. 이렇게 파트를 나눠 어울리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챕터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생각이 많았던 내 어렸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만나지 못해 그리운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이제 초콜릿을 여러 번에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조금 지루한 어른이 된 것일까. 달콤함에, 부드러움에, 짜릿함에 내 온 자극을 내어주지 않는 깐깐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남은 초콜릿 조각을 바라보며 나는 욕망과 중용, 버려야 할 것과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한다. 초콜릿 하나 먹다 남긴 것 가지고 너무 과한 생각이다. 하지만 인생이 이 작은 달콤함과 이 작은 씁쓸함 사이를 오가는 일이라면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 작은 하나하나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나는 지금의 달콤함을 탐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 쪽에 머무르는 사람, 조금은 철이 없는 사람으로 늘 살았으면 좋겠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204-205쪽
조금 쓸쓸한 가을의 일상과 잘 어울린 책. 하루를 바쁘고 처절하게 보낸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일상, 단어의 나열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일상 속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이들에겐, 매일 밤 일기를 꼭 쓰는 이들에겐 어쩌면 오랜 친구의 정다운 편지 같은 책이지 않을까.
덤으로 얻은 것.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그녀의 노래. 봄을 닮은 노래지만, 그렇기에 추운 겨울날과도 잘 어울리는 따뜻한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