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

   어멋, 너무 공감돼.

   별거 아닌 일들을 어쩜 이리도 잘 포착하여 소재로 삼았는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큰 의미들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시선, 그녀의 글 솜씨가 어찌나 부럽던지... '아, 나도 이랬었지... 진짜, 나도 지금 이래...'라는 말을 반복하며 아가가 혼자 놀 때 옆에서 낄낄거리며 읽었다.

   마흔이 넘은 귀여운 언니(귀여운 할머니가 아니라 싫어하려나.ㅋ)가 지난날들, 지금의 모습들을 그린 이야기들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 많이 공감되었다.

 

 

   난 정말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성숙한 인격체로서 완성될 거라 생각했달까. 그러니까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며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당당하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여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헌데 내가 서른이 되어보니... 그건 어느 나이가 되었을 때 도달하는 지점이 아니라, 애초에 지닌 성격 내지는 인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른의 나는 아기 엄마가 되었다. 육아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많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던져주기도 한다. 아가를 낳고 키운지 일 년 정도 지나니 주변에 직장으로 복귀하는 아가 엄마들이 많아졌다. 못해도 3년은 내가 끼고 키워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직장으로 복귀하는 엄마들을 보니 어찌나 부럽던지... 요즘의 나는 여자로서는 물론이고 사회구성원으로서도 역할을 못하는 듯하여 조금 우울했다. 별 쓸모가 없는 사람 같다는 느낌. 사람을 키우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리석게도 요즘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막상 매일 출근하라고 하면 엄청 싫어할 거면서.

 

   아무튼.. 요즘 이러한 느낌을 받는 중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책장을 넘기면서 꼭 크고 빛나는 순간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작지만 은은한 빛을 내는 것도, 아니 아무런 빛을 내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또 즐겁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늘 그런 생각으로 살았었는데... 이러한 깨달음을 얻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요즘 너무 책도 안 보고, 생각도 안하고 살았구나.. 싶었다.

 

 

   육아가 조금 익숙해진 요즘, 이제 내 생활도 조금 생산적이고 싶은데... 피곤하다는 이유로 몸도 마음도 쉬이 움직이지 못하고, 이런 모습을 보며 나 참 별 볼 일 없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조금 위축되어 있었는데.. 마스다 미리 덕분에 정말 괜찮아졌다.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신랑에게 하고 싶었던 말도 잘 했다.

 

   도서정가제 이야기로 요즘 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인데, 마스다 미리의 글 덕분에 책의 소중함, 가치로움을 다시 새겼다. 이 작은 책 하나가 내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감사하게 여기며 책장을 덮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입구 가까이에 서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열림’ 버튼을 눌러주지 않으면 마지막에 탄 사람이 문에 끼어버린다.

  전원이 다 내릴 때까지 ‘열림’ 버튼을 계속 눌러주는 사람도 있다. 버튼 가까이 있으면 나도 그렇게 한다. 그럴 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내리는 사람도 있고, 모른 척하는 사람도 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인간관찰이 가능하다.

 

《여자라는 생물》 03 엄마라는 존재. 40쪽

   내가 생각한 배려를 받지 못했을 때, 내가 예상한 예의범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만났을 때 종종 불쾌함을 느낀다. 그게 아니라 그냥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는건데 쓸데없이 감정낭비를 한다. 앞으로는 마스다 미리가 그런 것처럼, 그냥 저 사람은 저렇구나.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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