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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평점 :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 이크종 그림 / 한권의 책 / 2013

택배 아저씨가 다녀가셨다.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오자마자 봉투를 열어 책을 확인한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 꼭 읽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책.
이미 읽고 있는 책이 세 권이나 있었기에... 그리고 택배 아저씨가 우리 집 벨을 누르기 전에도 책을 읽던 중이었기에...
살짝 구경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차례만 살펴보려고.
그러나 책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내게 아니 앞으로의 엄마로서의 상황들을 고민하는 내게 이미 그 시간을 보낸 저자의 이야기는 나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게다가 적절히 섞여(?) 있는 책 이야기 덕분에 더욱 흥미로웠다. 덧붙여 읽고 싶은 책 리스트도 엄청 늘었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10년 동안 책을 만들었다. 결혼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전업주부가 되어 있었다 한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주부가 되어 보려 했으나 영 소질이 없었고,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 소개에 그리 설명되어 있다. 저자만큼 책을 많이 읽지도,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 또한 좋은 아내, 좋은 주부의 모습으로 보내는 시간보다 그냥 내 만족을 위해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더 즐겁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의 비중이 크지도 않지만;;;) 그런 점이 닮아서인지.. 읽는 내내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 같고, 앞으로의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기 전 ‘서른’과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은 미혼으로서 연애와 일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닮고 있었다. 나이 상으로 ‘서른’과 관련된 그 책이 훨씬 더 가까웠지만... 내겐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의 내용이 훨씬 더 와 닿았다. 이렇게 나는 점점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다. (소통하는 친구들 중 결혼한 친구가 몇 없다. 아이를 낳은 친구도, 임신을 한 친구 또한 없고... 그래서 가끔 외롭다.)
앞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 또한 크다.
주변에서 어찌나 아가가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한거라 이야기 하시는지...
지금도 몸은 무겁고, 매일 피곤하고, 집은 엉망이고, 식사 준비도 겨우 하며, 어쩔 수 없이 누워서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대부분인데...
육아는 더 힘들거라는 선배 엄마들의 충고와 조언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아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만을 위한 시간들은 사라질 것인데... (아가가 예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거란 생각은 안 든다.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지 않나. 분명 가끔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음에, 나만의 시간을 누리지 못함에 대한 우울한 기분이 찾아 올 거란 생각이 미리부터 든다.) 그것들을 어찌 견딜까 싶은 마음에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지만...
저자의 유쾌하고 발랄한 글을 읽으며 다 지나가겠구나... 잘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든 잘하려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등바등 거리지 말고, 조금 더 솔직해져야겠다.
못하겠는 건 미루고, 부탁하며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앞으로의 나의 전업주부의 삶을 응원해줄 지원군이 생겨 벌써부터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