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텐 영화단 사계절 1318 문고 85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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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텐영화단》

김혜정 / 사계절 / 2013

 

 

잠이 안 오는 여름밤...

어떤 내용인지 조금만 훑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결국 다 읽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십대 아이들이 방송사의 주체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여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내용 때문인지...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많은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다큐 형식의 방송들을 많이 만드는 추세다 보니 저자의 설정이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무심히 던지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그리고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가볍게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의미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덧붙여 저의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도 떠올려볼 수 있었고요. 분명 힘들다 느꼈을만한 사건들이 떠오름에도 학창시절 학교 가는 일을 꽤 좋아했다고 추억하는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기는 했나 봅니다.

아직도 철이 안 들었는지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며, 두근거리는 여름밤을 보냈습니다.

 

 

 

 

《텐텐영화단》은

고등학생의 나이이지만 ‘학생’이 아닌 아이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어른’들에 의해 하나의 팀으로 엮어진 다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얼마 뒤부터 학교라는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껴 학교를 그만 둔 ‘소미’

  호주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한국에 들어와 적응을 못했지만 학교는 계속 나가고 싶었던 ‘조나단’

  말 더듬는 것과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연기 학원에 다니며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인터넷 얼짱 ‘김다울’

  자유로운 대안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으나 교사인 부모님의 반대로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결국 학교를 그만 둔 ‘한빛’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하던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 선생님이 영화 동아리를 없애고 나니, 스스로 좀비가 되었다 느껴 학교를 그만 둔 ‘이영운’

 

 

이야기의 화자는 ‘소미’입니다.

학교를 그만둔 뒤 매일 영화만 보며 지내던 소미는 우연히 ‘십대 천재 영화감독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응모합니다. 우연이 인연이 되어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솔직히 소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 또한 없죠. 이런 소미의 눈에 다른 네 명의 친구들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넘칠 뿐만 아니라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자기만 너무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게다가 인터뷰 과정에서 솔직하게 드러냈던 자신의 모습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의도를 갖고 편집하여 사실과 다르게 방송하였고 이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요.

 

하나하나의 작은 사건들은 소미에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선물합니다. 소미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영화 만드는 것을 ‘주도’하며, 한 팀인 다른 친구들과 마음을 맞춰가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아이들은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학교가 아니기에 더욱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조금은 다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른들의 눈엔 모든 것을 포기한 아이들처럼 보이는 이들이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만나고, 사회를 만납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다섯 아이들의 성장 다큐도 완성되고, 아이들이 만든 영화 또한 완성됩니다.

소설은 끝났지만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무엇을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현재 ‘중·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답답합니다. 얽매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의 모습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아무런 선택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 그들은 얽매인 일상만을 겪다 성인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는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갑자기 ‘자유’와 ‘선택’ 그리고 ‘책임’이라는 것이 요구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자신 있게 그것들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생각도 다 습관이다.”라는 조나단의 말이 계속 남는 이유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미 어른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저 또한 그렇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 아침 달라질 수 없겠으나... 내 몸에 새겨져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는 일들, 생각들을 조금씩 점검해 봐야겠습니다.

 

 

 

 

밑줄 그은 구절을 남깁니다.

 

세상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경쟁이 바로 나 자신과의 경쟁이야. 나는 함께 안고 가야 할 존재지, 이겨 먹을 존재가 아니라고. 나를 이겨서 뭐할 건데? 나는 사랑해야 할 존재라고. (55쪽)

 

인생은 기대하는 만큼 살아지지 않아. …… 그래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기도 해. (186쪽)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는 게 더 어렵다. 아까워서, 아쉬워서, 잘못하는 것 같아서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198쪽)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무작정 레이스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어떤 레이스가 나의 레이스와 맞나 찾는 거야.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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