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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사생활 -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김지수 지음 / 팜파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도시의 사생활》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김지수 / 팜파스 / 2012

딱히 사춘기라는 타이틀 없이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그것과 다르게 가끔 내 삶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힘들었을텐데 무슨 힘으로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시간들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을 견뎌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질투였습니다. 서정주님이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저를 키운 8할은 질투와 칭찬입니다. 칭찬을 먹고 산다고 표현하지만 그 내면에 숨어 있는 힘은 질투였을 것. 질투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칭찬으로 변한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서 ‘나는 이중인격입니다.’라고 외치는 그 광고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 있으며 혼자 숨어서 달라지기 위해, 더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그 날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는 ‘질투’로 시작됩니다.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 이미 다 가진 듯한 그녀가 질투로 이야기를 시작할만큼 그녀의 삶에서도 그것은 큰 부분을 차지하겠구나.... 싶은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질투의 희생양으로 그려진다. 따지고 보면 계모와 의붓언니들은 각각 딸과 여동생의 미모와 태생을 질투했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취하기 위해 계략을 꾸몄다. 우리 모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저마다 그 질투의 괴로움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삶에서 커다란 문제다.”
질투의 추종자들이 링에 오를 때 中(12쪽)
잡지 <보그>피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삶,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질투, 불안, 공황장애 등 누구나 겪고 있는 그것들을 심리학자들의 저서들을 언급하며, 영화 속 주인공들을 찾아내며 이야기합니다.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누구나 그러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며, 어떻게 그 감정들을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저자인 ‘나’는 그것을 어떻게 견디고 혹은 느끼고 있는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서술하는 게 아닌,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덕분에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보여지는 게 중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삶을 드러내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이야기, 엄마에게 짝퉁백을 선물한 이야기, 자신의 심리적 불안감으로 일어난 사건들, 첫사랑과의 하룻밤...등... 그녀는 너무나 솔직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한국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자신이 부딪히는 많은 일들 그리고 생각들. 아직 그 길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해주는 덕분에,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에너지 덕분에 잘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사적인 행복'을 찾기를 바라며 들려주었던 그녀의 이야기. 도시 힐링 에세이라는 제목처럼 도시 안에 있는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한 내용들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성격 덕분에 그녀의 삶과 너무나 먼 삶을 살고 있는 제게는 그 낯선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더 바쁜 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점조차도 이 도시 속에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을 알게 해 준 고마움이 더 컸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답게 개인의 이야기를 다양한 인용문들을 활용해 공적인 이야기로 바꿔낸 그녀의 탁월함 덕분입니다.
“당신의 삶은 생각만큼 그리 엉망이지 않다. 삶이 보잘것없어도 그것을 사랑하라.”
우리에게 흐르는 불안이라는 피 中(3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