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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어린왕자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 강소라 옮김 / 사람사는세상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만난 어린 왕자》
장 피에르 다비트 / 2012(1997) / 사람사는세상

표지부터 너무 예쁜 책입니다.
책은 저자가 생텍쥐페리에게 자신이 어린왕자를 만난 이야기를 편지로 전하는 글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이런 글이 있거든요.
만일 금발머리를 가진 어느 남자아이가 당신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말을 건네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부디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 내가 낙심한 채 슬픔에 잠겨 있지 않도록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편지 한 통 보내주십시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중에서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저자. 그는 자신을 ‘정신적인 여행광’이라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꼼짝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지요. 저는 집 안에서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도와 여행책자, 기행문, 메모 등으로 무장한 채 지구상에 있는 곳을 하루에 한 군데씩 방문하는 겁니다. 저는 이 같은 상상 여행을 의무처럼 여기고 있지요.(10-11쪽)”
상상 여행이라니!
고백하자면, 여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이 문장이 달콤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루에 한 곳만, 아니 일주일에 한 곳만 방문해도 나는 꽤 넓은 도시를 만나겠구나... 싶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여행기를 펼쳐보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렇게 시작부터 저는 저자가 좋았습니다.
좋은 이미지를 마음에 가득 담고 책장을 넘깁니다.
상상 여행을 즐겨하는 '나'는 진짜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키욕퓨’에 갈 거라 생각하지요.
그리고 정말 어느날 여행을 떠납니다.
키욕퓨를 가는 길에 거센 풍랑으로 아주 작은 섬에 표류하고...
그곳에서 어린 왕자를 만납니다.
생텍쥐페리가 사막에 추락했을 때 어린 왕자를 만났던 것처럼.
어린 왕자는 별에 나타난 호랑이로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호랑이를 치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방법을 알려줄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결국 호랑이 사냥꾼을 찾기 위해 여행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만나게 되었고요.
어린 왕자는 바다 위의 사막에 오기 전에
환경주의자, 광고맨, 통계학자, 관리인, 초록사나이, 정원에 사는 소녀, 뱀과 사자, 토론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의미 없이 사는지, 필요하지 않은 의미들을 부여하며 사는지를.
처음 지구별에 여행 오는 과정에서
가스등 켜는 사람, 임금, 사업가, 지리학자 등을 만나면서
인간의 이상함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결국 어린 왕자는 호랑이 사냥꾼을 찾지는 못했지만,
자기 별에서 의연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장미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별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호랑이는 어떡하고?’ 라는 '나'의 질문에 어린 왕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하면 안 돼요. 처음에는 작은 티끌 같은 걱정거리가 나중에는 산더미처럼 커지거든요. 너무 힘들다고 생각되는 문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힘든 건 아니에요. 문제가 마술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이제는 다 틀렸다고 모든 기대를 포기했을 때 기적처럼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하잖아요. (159쪽)
양과 호랑이가 한 별에서 살 수 없기에... 양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고요.
어린 왕자와 헤어지고 '나'를 찾기 위해 다니고 있던 선장을 만나 구조됐고...
'나'는 생텍쥐페리에게 양을 보낸다는 메모와 함께 편지를 마칩니다.
어린 왕자만큼이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나'였기에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그와 마음을 나눌 수 있었지요.
그리고 '나'는 희망합니다. 어린 왕자가 '나'와의 일들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기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속임수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 어린이였다.”라는 말이 그립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이후 태어난 다양한 ‘어린 왕자’ 이야기들 가운데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라는 말에 걸맞게
따뜻한 이야기 속에 인생의 가치, 신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잘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이야기와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편안했습니다.
기억 속에 전체적인 줄거리로만 남아 있는《어린 왕자》이야기,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읽는 내내 저자가 어린왕자뿐만 아니라 생텍쥐페리를 정말 좋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언제나 나를 순수하게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어 했던 생텍쥐페리’에게 바치는 한 편의 오마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