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5. 일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과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간을 표현하는 라틴어 중 ‘호모 나랜스(Homo-narrans)’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말이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늘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이야기 거리를 찾아다녔지요.
이미 한참 자란 이후에도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고 TV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들처럼 그 세계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사고력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의 이야기, 콘텐츠'에 대한 흥미는 더욱 커졌고,
더 많이 접하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엄마들을 만나면서
엄마들이 좋아하는 텍스트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텍스트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저의 경험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첫 장을 열었습니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유아용 에듀테인먼트(Education + Entertainment) 콘텐츠가 지켜야 하는
스토리텔링의 5가지 전략을 제시하는 1부.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콘텐츠에서 뻔하지만 반드시 지켜야하는 전략 지침들을 제시하는 2부.
즉, 1부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전략을 제시하고,
2부에서는 ‘표현, 배경, 인물, 재미요소’에 대한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유아들의 경우 이야기의 시간이 견뎌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아니라, 즐거워야 할 시간이라 말하며,
에듀테인먼트에서 '테인먼트'의 요소가 강화된 콘텐츠들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교육적 효과보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으로 띠지효과, 스토리 예찬, 보편성과 참신성의 비율, 금기와 위반, 감성 콘텐츠를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유아용 에듀테인먼트 콘텐츠에서의 띠지 효과, 방문판매의 활성화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유아용 콘텐츠의 경우 상징적인 띠지효과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띠지의 격구와 본문의 내용이 의외로 완전히 변별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테인먼트’의 부분을 알맹이인 콘텐츠가 담당한다면, ‘에듀’의 부분을 띠지가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즉 구매자인 엄마와 소비자인 유아가 콘텐츠를 볼 때 확인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또한 유아의 특성상 외출을 자유로이 할 수 없다는 물리적 이유와, 콘텐츠가 독점적으로 노출될 경우 유아가 콘텐츠에 반응하고 이에 따라 어른이 콘텐츠를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방문판매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접하며 아파트 단지나 대형마트에 학습지 홍보가 활성화되어 있는 장면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뽀롱뽀롱 뽀로로> <토이 스토리> <슈렉> 등의 작품부터 <우주보안관 장고> <무적의 실버호트> 그리고 동서양의 신화, 전설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들을 예로 제시, 분석하며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뻔한 설명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허나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콘텐츠를 예를 들어 설명할 때에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유아용 콘텐츠의 간략적인 정보들을 제시하거나, 이미지를 넣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거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부에서는 TV,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는 형식 즉 그릇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에 초점을 두어야 함. 여성의 모습과 남성의 모습을 고정화시켜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음. 같은 공간으로 제시된 배경이 문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비교 등
내용의 완성도, 스토리텔링의 재미만을 생각하다 놓칠 수 있는 부분들도 언급하며 유아용 콘텐츠를 창조하거나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을 제시하고 해결하는 방법까지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자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선택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는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작품들이었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콘텐츠를 창조하고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에 이러한 이론이 더해진다면 더욱 효과적인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탄생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선택해야 하는 어른들에게 콘텐츠를 바라봐야 하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선택, 구입을 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낯선 개념어, 저자의 인문학적 깊이에 비해 저의 지식이 부족했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어른용 콘텐츠와 유아용 콘텐츠의 비교, 자세한 콘텐츠의 예시로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아들과 더불어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스토리텔링 전략 책(에필로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략을 사용해 봐야지. 라는 생각,
스토리텔링을 해봐야지. 라는 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 예로 들었던 콘텐츠들 중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보며 제가 놓쳤던 부분들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는 뿌듯함과 함께 책장을 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