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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초등학생 시절엔 체육시간마다 자유를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그 당시 체육 선생님은 우리에게 항상 자유롭게 뛰놀라고 하시면서 조용히 사라지시거나 다른 남자 선생님과 잡담을 나누었다. 나는 정말 순수하게 아이들과 뛰놀았다. 축구를 그렇게 열심히도 했다. 지금도 이 당시 체육선생님은 정말 일도 안 하고 놀고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간들이 내게 단단한 무언가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교 후 단독 아파트 앞뜰과 뒤뜰은 아이들의 무대였다. 우리는 어떤 약속도 없이 밖에 나갔다. 그리고... 놀았다. 해가 지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저녁먹으라는 외침이 들리기 전까지. 그네를 타고 훨훨 날아도 보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경험도 해보고 뺑뺑이를 타며 어지러움과 스릴의 균형을 찾아가기도 했다. 도로 위 소방차 정차 표시 구역을 배드민턴 아웃라인으로 정하고 라켓을 세게 휘두르기도 했으며, 창고 문과 벽을 골대로 삼아 친구들과 어중간한 축구도 곧잘 즐겼다. 그러다 축구공이 담장을 넘어가 무시무시한 개와 경비인 아저씨가 보초를 서고 있는 어느 주택 단지에 떨어지면 우리는 공포에 떨었다. 거길 다녀오는 사람은 용자였다. 아파트 뒤뜰은 우리에겐 야생이었다. 숲 속을 뛰놀며 경도를 하거나 얼음땡을 하거나 전쟁놀이를 한 놀이장이었고 내가 키우던 햄스터와 장수풍뎅이의 사체를 묻어둔 무덤이었으며 가끔씩 너무 오줌이 마려울 때 남몰래 쉬아를 놓던 소변장이기도 했다. 쓰다보니 그 길다란 공간이 그리워진다.
중학교로 올라가면서는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까지 친구들과 찜질방을 가서 하루를 지새고 동 틀 무렵 아침으로 뜨끈한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으며 헤어진 기억, 노래방에 가서 12,000원을 내고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면서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 가게 사장님께 애걸복걸했던 기억, 볼링장과 당구장에 가서 친구들과 시합을 하며 불안에 떨다 좌절을 맛보거나 우쭐했던 기억들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주어졌다.
나는 그 뒤로 급속히 가상세계의 삶에 물들었다. 현실세계와 멀어진 채로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그 자아의 브랜드 관리자가 되어 가꾸고 성장시키고 좋아요를 받기 위해 애썼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대화를 신청할 용기가 없어서 데이팅 앱을 써보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과 게임을 하고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공허했다. 그 공허감은 나를 더 의기소침하게, 더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소셜 미디어 앱을 삭제하고 설치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내 삶이 증명한다.
내 삶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내가 잃게된 것들은 '주체성', '협응성', '사회성', '건강', '자기 조절력' 등이다. 그것들을 복구하기 위해 나는 다시 내 삶에 천천히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