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존의 문제 40가지에 답하다
김용전 지음 / 샘터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저자의 이력을 읽으며 주춤했다.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한 교육 기업의 창립 멤버로 시작

삼십 대에 이사로 승진했고, 오십 대에 작가로 전업했다는 게 저자의 약력이었다. 

교사 자리를 내려놓고 나간 사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선생님'들이 갖곤 하는 특유의 기질-청렴함에 대한 고집, 다소 꼬장꼬장한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자 김용전은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라디오에서 직장인들에게 질문에 약 6년 간 답했다 한다.

사람들이 떠안은 문제에 주목하다 보니 서로의 질문은 닮아 있고 

그 물음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한다. 

그래서 긴 세월 직간접적으로 겪은 '우리들의 문제'를 정리해보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한다.

 

 

 

사람들이 겪는 직장인들의 고민 40가지에 그만의 철학을 담아 펴낸 책 『출근길의 철학 퇴근길의 명상』, 

안타깝게도 난 작가가 ‘교사’였다는 사실에 그 과목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못된 편견을 갖게 되어 버렸다.

不患人之不己知요 患不知人也라 남이 나를 몰라줌을 걱정 말고 내가 남을 모름을 걱정하라-<논어> 

첫장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논어의 글귀를 보며 ‘윤리 선생님?’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을 닫기 시작했다. 

마음이 닫히니 어떤 말도 고리타분하게만 보였다. 

 

외교부에서 일하는 여성이 이직 때문에 고민이라는데 

직장을 미리 단정 짓지 말라느니 어떤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느니 지루한 소리만 해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 읽지 않아 책을 덮어 버렸다. 

‘옳은 말만 골라하는 건 알겠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잖아요. 이게 뭐예요.’ 화남 노란 동글이

잔소리를 듣는 기분에 잠겨 책이 눈에 똑바로 들어올 리 없었다.

 

 

다시 책을 펼쳐들게 된 건, 며칠 전이었다. 

TV 드라마를 보다가 직장인들끼리 의사소통이 안되는 장면을 봤던 것이다. 

문득 내가 겪은 사회생활-비록 학교나 학원이라는 특수한(?) 직장이었지만-들이 떠올랐다. 

편가르기와 반목의 순간들, 누군가가 칭찬 듣는 걸 시샘하던 분위기들이 떠오르자 

다시 그때 그 순간 속으로 들어간 것인 양 답답했다. 

‘왜 그래야 할까?’는 궁금증이 일었고 자연스레 이 책으로 눈이 갔다. 

마치 이 책이 답을 내려줄 것만 같았다.

 

 

 

 

 책 속의 몇 부분을 잠시 들여다 보자.

 

본래 자리로 정말 리턴할 마음이 있다면 꼭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식으로 이를 북북 갈면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임 부서장한테 ‘영업을 배우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선선히 가는 게 중요하다. 윗사람에게 ‘이 친구 봐라. 그릇이 그게 아니네. 내가 잘못 봤나?’하는 강한 인상이 박히면, 보내 놓고도 계속 지켜보기 때문에 일을 잘하면 다시 세려올 확률이 아주 높다. (-보직과 성공, p.152)

 

 

유사성이 달라도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 오히려 더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학생 아들이 질문을 보내 왔을 때 근접성은 되었고(한 직장이니까), 유사성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데(같은 미화원), 중요한 상호성(자녀를 가진 어머니, 남편을 둔 아내, 힘들게 일해야 하는 가정 형편 등)에서 공감대가 없구나 하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점을 찾아서 확인하도록 했다. 둘이 만난 자리에서 리더가 ‘그래, 우리 이렇게 힘들게 k는 아내요, 어머니들인데 그걸 모르고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해’라는 감정이 확인되기만 하면 둘의 사이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끈끈해질 것이 틀림없는데,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호감과 증오, p.172~173)

 

 

자꾸 둘 사이에 불협화를 연출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이사를 인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되 오너에게 직접 보고하는 채널을 반드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경쟁과 발전, p.347)


 

 

 

 

이 책을 잘 활용하려면 목차를 잘 봐야 한다. 

내 고민과 가장 가까운 주제에서부터 접근해보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진짜 그 문제를 떠안고 끙끙 앓는 사람의 입장에선 

현명한 판단과 조언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의 진짜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자, 

저자의 숨겨진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며 마음으로 공감할 수도 있었다. 

따분한 이야기를 입으로만 떠벌리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겪어온 아픔과 분노들을 용서하고 내려놓은 사람, 

마음에서 우러나는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는 사람으로 다시 보인다 할까. 

작가에 대한 편견도 어느 새 사라져 버렸던 책이었다.

 

 

 

 

p.s.

뜨뜻미지근한 책이란 생각이 들지만, 안온한 마음이 담긴 충고로 가득한 책이다. 

책표지엔 이런 말이 있다.  

직장에서는 처세와 능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는 철학과 명상 없이 행복할 수 없다

400페이지가 훨씬 넘는 두꺼운 이 책의 핵심은 행복을 위한 철학과 명상이 아닐까.





* 샘터 출판사에서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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