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문학동네 시인선 37
김충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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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ohho02  

실 요즘엔 혼자 뉴스를 못 보겠어. 낭군이 돌아온 후에야 뉴스를 틀어. 그나마도 정면으로 못 보고 자꾸 서성이며 다른 일을 해. 소식을 듣고만 있어도 먹먹해서.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트위터에 끄적인 것처럼... 그러하다. 

이런 기분 겪는 사람, 설마 나뿐이겠냐만은.

여러 일들이 겹쳐 마음이 심란하다.

 

심란하여 시집을 펼쳤더니 마음 위로 훅 드리우는 감정은 또 무언지.

 

 

 

 

 

 

 

가는 것이다     - 김충규

 

어둠에 발목이 젖는 줄 모르고 당신은 먼 곳을 본다

저문 숲 쪽으로 시선이 출렁거리는 걸 보니 그 숲에

당신이 몰래 풀어놓은 새가 그리운가보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발목을 다친 새이므로

세상의 어떤 숲으로도 날아들지 못하는 새이믈

혀로 쓰디쓴 풍경이나 핥을 뿐

낙오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당신도 나도 불행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어둠에 잠겨 각자의 몸속에 있는 어둠을 다 게워내면서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내일을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태양의 순결을 믿고 있으므로

새를 위하여 우리 곁에도 나무를 심어 숲을 키울 것이므로

그래, 가는 것이다 우리의 피는

아직 어둡지 않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가야 할 것 같아서.

아직... 아직은 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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